19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이그나이트 2024'에 사티아 나델라 MS CEO가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AP 연합뉴스

“기술을 위한 기술이 아닌, 실제 결과로 전환하는 기술에 집중하겠습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는 19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MS의 연례 기술 콘퍼런스 ‘이그나이트 2024′의 기조연설 무대에 올라 이렇게 말했다. 지금까지 더 똑똑한 거대 인공지능(AI)모델을 개발하는데 쏠려있던 자금과 역량을 실제 AI서비스를 출시하는데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테크 업계에선 “이는 AI에 천문학적 자금을 쏟아 부은 MS가 정작 AI 수익화는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 대한 정면 반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델라 CEO는 이어 “AI는 비즈니스 성장을 촉진하고, 효율성을 개선할 것이다”라며 “직장에서 직원이 코파일럿(MS의 AI모델)에서 제공되는 AI에이전트를 많이 사용할수록 더 많은 일을 더 빨리 실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일터에서 보고서 작성·일정 체크·통번역 같은 잡무를 AI에 맡김으로서 직원들은 더 많은 여유 시간을 갖고 창의적인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AI 에이전트 시대의 개막

1980년대부터 혁신적인 기업용 소프트웨어 출시로 업무 방식을 바꿔놨던 MS는 이제 ‘AI기술과 개인 맞춤형AI에이전트들이 일터에 혁명을 일으킬 것’이라는 입장이다. 기업용 AI 서비스에서 구글·세일즈포스·오픈AI 등 쟁쟁한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는 MS는 이날 자사 기존 기업용 소프트웨어에 새롭게 추가된 AI서비스들과 다양한 AI에이전트를 소개했다.

이날 발표에서 가장 주목 받은 것은 다양해진 ‘AI에이전트’들이었다. 지난 14일 본지와 화상 인터뷰를 가진 자레드 스파타로 MS AI기업부문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코파일럿은 미래의 스마트폰이고, AI에이전트는 이를 사용하는 경험을 풍부하게 해주는 앱 서비스라고 생각하면 쉽다”고 했다.

이날 MS는 화상 회의 중에 화자의 목소리를 실시간으로 학습하고, 총 9개 언어로 통역해줄 수 있는 ‘통역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외국 지사의 직원들과 통역사를 두지 않고서도 단 2~3초의 지연만으로 자유롭게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다.

업무 중 직장 동료가 업로드한 자료가 어디 있는지 찾기 어려웠던 경험은 누구나 있다. MS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정 사이트나 파일, 폴더가 있는 곳을 쉽게 찾아주는 ‘셰어포인트 에이전트’를 공개했다. 또 직원들이 휴가 신청을 하거나, 급여 및 복지 정보를 확인하는 귀찮은 절차를 대신 해주는 ‘직원 셀프 서비스 에이전트’도 소개됐다. 근무 시간을 쪼개가며 수행하거나, 업무 외 시간에 해야했던 행정작업 대부분을 AI에 맡길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

스파타로 CMO는 “포천 500 대기업의 70% 이상이 코파일럿을 사용하고 있다”며 “MS만큼 회사 전체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는 AI서비스를 구축할 수 있는 곳도 드물다”고 했다. 이날 MS는 회사 내 여러 시스템에 동시에 접속하며 많은 사람이 동참하는 큰 프로젝트의 작업 할당부터 진행 상황 추적까지 할 수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 에이전트’도 공개했다.

MS가 지난달 먼저 발표했던 ‘코파일럿 스튜디오 자율 에이전트’도 이날부터 공개 베타 서비스에 돌입했다. MS가 제공하는 AI에이전트 외에도 직장인들이 직접 자기가 필요한 AI에이전트를 만들 수 있는 기능이다. 나델라 CEO는 “앞으로 한명의 직원마다 하나의 코파일럿이 업무 수행을 도와줄 것이고, 코파일럿에서 수천개 이상의 AI에이전트를 활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기존 업무용 소프트웨어도 AI로 업그레이드

그런가 하면 MS는 이날 자사의 ‘효자 제품’인 엑셀·파워포인트 등 소프트웨어에 적용하는 새로운 AI기능을 공개하기도 했다. 기존에 직장인이 귀찮아 했던 단순 반복작업을 AI가 해결해주는 ‘MS365 코파일럿 액션’이다.

우선 많은 기업들이 화상회의에 사용하고 있는 ‘팀즈’에는 참가자가 공유한 화면 속 차트·문서·그림 등을 분석해 중요한 논의 사항을 기록할 수 있는 ‘공유 화면 콘텐츠 분석’ 기능이 추가됐다. 기존에는 AI가 대화를 나눈 음성을 기록하고 요약하는데 그쳤다면, 이제는 채팅 기록이나 공유한 화면의 내용까지 결합해 더 풍부한 요약 자료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회의 자료를 제작하는데 많이 사용되는 파워포인트에는 ‘내러티브 빌더’라는 기능이 추가됐다. AI가 문서에서 중요한 포인트를 집어내고, 이를 차트·애니메이션 등이 적용된 슬라이드로 제작해주는 기능이다. 또 엑셀에는 제목·수식 등 시각적 요소를 고려한 템플릿을 이용자 맞춤형으로 AI가 만들어주는 ‘새로운 시작’ 기능이 추가됐다.

19일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MS 이그나이트 2024에서 사티아 나델라 CEO가 회사의 첫 자체 설계 DPU '애저 부스트'를 선보이고 있다./AP 연합뉴스

기업에 AI를 적용하며 대두되는 보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MS는 자체 설계한 데이터 전담 프로세서(DPU)인 ‘애저 부스트 DPU’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는 MS의 첫 DPU제품이다. 데이터 흐름을 관리하는 DPU는 대형 데이터센터에서 데이터가 과적하며 생기는 비효율을 줄여주는 칩이다. 데이터의 흐름을 관리하기 때문에 민감한 데이터를 보호하는 역할도 수행할 수 있다. 이날 테크 업계 관계자는 “지난 3분기 클라우드 3사의 매출이 모두 크게 늘며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었다”며 “소프트웨어부터 하드웨어까지 기업용 AI에 ‘올인’하는 MS는 선제적인 서비스 출시로 시장 선점을 노리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