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이끌고 있는 엔비디아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3분기 실적을 공개했다. 20일 엔비디아는 3분기(8~10월)에 350억8000만달러(약 49조120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LSEG가 집계한 월가(街) 예상치 331억6000만달러를 웃돌았고, 전년 동기 대비 94% 늘었다. 같은 기간 순수익은 190억4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06% 증가했다. 올해 연간 순수익이 그동안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 타이틀을 쥐고 있던 인텔의 매출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엔비디아의 매출 증가폭은 4분기에 다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이날 엔비디아는 4분기 매출 전망으로 375억달러를 제시했는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0%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엔비디아의 4분기 매출에 대한 월가의 평균 예상치인 371억달러보다는 높다. 다만 일부에서 최대 41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내놓은 것을 감안하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엔비디아가 매출 전망치가 시장의 가장 높은 기대치를 충족하지는 못한 만큼, 엔비디아의 놀라운 성장세에도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 때문에 실적 발표 직후 시간 외 거래에서 엔비디아 주가가 소폭 하락했다.
엔비디아는 이날 콘퍼런스콜(투자자 대상 설명회)에서 “향후 몇 분기 동안 블랙웰의 매출은 엔비디아의 칩·시스템 생산 능력에 달려 있다”고 했다. 엔비디아의 성장은 AI 반도체 신제품인 블랙웰의 공급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이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블랙웰 제품에 대한 공급 우려를 일축했다. 그는 “블랙웰을 전속력으로 생산하고 있다”며 “4분기에는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많은 블랙웰을 공급할 것이고, 그다음 분기에는 직전 분기보다 더 많은 블랙웰을 인도할 것”이라고 했다.
엔비디아의 매출 상승은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AI 반도체에 대한 시장의 수요는 여전히 탄탄하고, 기존 제품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다만 블랙웰 출시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몰리는 수요를 모두 매출로 전환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TSMC 등 엔비디아의 공급망 상황에 따라 블랙웰이 얼마나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을지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