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국가 안보를 이유로 특정 국가들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 물량의 상한(cap)을 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중국을 대상으로 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시행 중인데, 중국이 제3국을 통해 미국의 AI 반도체에 접근한다는 우려가 커지자 이런 우회로까지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내달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국 정부의 대중 제재가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바이든 정부가 이달 중 대형 데이터센터가 있는 국가를 상대로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AI 반도체 수출 물량 자체를 제한하는 내용의 새 규제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새 규제안에 따르면 미국은 전 세계 국가들을 제한 없는 등급(Unrestricted Tier), 제한적 등급(Restricted Tier), 금지 등급 등 세 개의 등급으로 나눠 규제를 적용한다. 미국의 주요 동맹국은 제한이 없는 국가에 들어가고 중국은 기존과 마찬가지로 금지 국가로 분류된다. 문제는 제한적 등급의 국가들이다. 미국 정부는 동남아와 중동의 일부 국가를 이 등급으로 분류해 첨단 AI 칩 수출 물량을 제한할 예정이다.
미국 상무부는 작년 10월 중국과 우호적인 중동 일부 국가를 포함해 40여 국에 대해 첨단 반도체 수출 때 별도 허가를 받도록 했다. 새 규제안은 단순 허가뿐 아니라 수출 물량을 제한하고, 대상 국가도 중동에서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확대한다. WSJ은 “동남아 국가들은 중국이 미국에서 직접 구할 수 없는 고급 AI 반도체를 구매할 수 있는 ‘뒷문’으로 여겨져 왔다”며 “UAE의 AI 기업인 ‘G42′도 중국에 관련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돼왔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