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 빅테크 기업의 이익을 대변해 한국의 ‘플랫폼 규제법’에 개입하고 있지만, 관련 입법을 해야 하는 한국 국회는 계엄·탄핵 사태에 휘말려 손을 놓고 있다. 현 상태가 계속되면 입법이 미국의 뜻대로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올해 초 시장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해 강력히 단속하는 ‘사전 지정제’를 앞세운 새 규제법안(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을 발표했다. “배짱 영업하는 해외 플랫폼은 못 잡는 역차별 규제”라는 국내 플랫폼 업계 반발과 “스타트업 창업에 부담이 된다”는 벤처·스타트업 업계 반발로 사전 지정제는 빠졌다. 22대 국회 들어 더불어민주당이 새롭게 발의한 플랫폼 규제 법안 역시 17개가 난립해 국회에 계류돼 있다. 산업계 의견을 청취한다며 이를 통합하는 작업도 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다.
여야 합의나 협상도 요원하다. 야당은 시장 지배적 플랫폼을 사전 지정해 강력히 단속하는 ‘사전 지정제’와 플랫폼 입점 업체들의 ‘단체교섭권’ 등을 앞세우며 시장 지배적 플랫폼을 미리 규정하지 않는 정부·여당 발의안에 반대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사전 지정제를 도입하고 싶었지만, 업계 반발이 워낙 거세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입법이 지연되는 동안 구글, 텔레그램 같은 해외 플랫폼은 불법 저작물과 가짜 뉴스, 딥 페이크 같은 유해 콘텐츠를 플랫폼에 유통시키며 큰돈을 벌고 있다. 국내 유튜브 월간 활성 이용자만 약 4600만명에 육박한다. 이미 국내 모바일 앱 시장 1위다. 다른 시장 점유율도 계속 높아지는 상황이다. 웹 트래픽 분석 업체 인터넷 트렌드에 따르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국내 웹 검색 엔진 시장 점유율은 지난 8월 처음으로 40%를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