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방산(防産) 카르텔’은 이른바 ‘군산 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라고 불리는 군부와 방산 기업의 공생 관계에 뿌리를 두고 있다.

군산 복합체의 역사는 길게 보면 100년을 넘는다. 1916년 설립된 보잉은 1917년 1차 대전에 미국이 참전하자 비행기 수요를 예상하며 수상 비행기 ‘모델 C’를 개발했다. 미 해군은 보잉에 ‘모델 C’ 50대를 주문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는 보잉이 설계한 B-17을 미 정부가 대량 주문하면서 초대형 군수업체로 발돋움한다.

록히드마틴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도 2차 세계대전부터다. 록히드 에어크래프트 코퍼레이션(록히드마틴 전신)은 허드슨 폭격기 2900대, P-38 라이트닝 쌍발 전투기 9000대, 보잉이 설계한 B-17 전투기 2750대 등 1만9278대를 생산했다. 2차 세계대전으로 이 회사는 10위권 방위산업체로 올라섰다.

냉전이 시작되면서 미 정부와 정치권, 군수업체 간 카르텔은 더 밀접해졌고, 군수업체들은 미 정치권의 가장 강력한 로비 집단이 됐다. 이 때문에 1961년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퇴임사에서 군수업체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우려하며 ‘군산 복합체’를 언급할 정도였다.

여전히 록히드마틴 등 방산업체들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정치 기부금을 내는 기업들이다. 최근 10년간 록히드마틴이 낸 정치 기부금은 1023만3250달러(약 150억원)다. 하지만 기부금도 이젠 전통 방산 기업이 빅테크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 지난 미 대선 기간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혼자 트럼프 측에 낸 기부금만 2억5900만달러(약 3760억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