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일(현지 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5에서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디스플레이 대전’이 펼쳐진다. 과거엔 기업들이 보다 선명한 화질과 화면 크기를 두고 경쟁했다면, 올해에는 화면을 접거나(폴더블), 늘리거나(슬라이더블), 구부리는(벤더블) 등 다양한 폼팩터(형태)의 디스플레이 기술로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첨단 디스플레이가 적용되는 제품은 스마트폰·노트북PC뿐 아니라 가전·자동차까지 확장되고 있다. AI(인공지능) 기술 확산으로 사용자에게 보다 높은 몰입감을 줄 수 있도록 디스플레이 기술도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IT 업계 관계자는 “어떤 디지털 기기든 사용자는 눈으로 보거나 손가락으로 터치하는 디스플레이를 통해 제품을 조작한다”며 “테크 기업들이 디스플레이에 첨단 기술력을 집중하는 이유”라고 했다.

◇다양한 폼팩터의 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가 CES 2025에서 세계 최초로 공개한, 18인치까지 커지는 폴더블(접는) 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

삼성디스플레이는 5일 “화면을 펼쳤을 때 태블릿PC 2대를 합친 크기에 해당하는 18.1인치까지 커지는 폴더블(접는) 디스플레이 제품을 선보인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2022년 17.3인치 폴더블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는데 이번에 1인치 가까이 화면을 키웠다. 이 제품은 접으면 소형 노트북PC 크기와 비슷한 13.1인치가 된다. 화면에 터치 기능이 적용돼 노트북PC나 모니터로 활용할 수 있다. 삼성은 이 밖에 화면 한쪽 또는 양쪽을 잡아당겨 화면을 늘일 수 있는 ‘슬라이더블 태블릿PC’, 스마트폰 상단을 세로 방향으로 늘여 5.1인치 화면을 6.7인치까지 키울 수 있는 디스플레이 제품도 이번 CES에 선보인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폴더블 등 다양한 폼팩터 기술이 적용되면서 정체된 노트북·태블릿PC 시장에도 활력을 줄 전망”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PC용 모니터 신제품을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32인치 모니터 M9은 AI가 PC에서 출력되는 신호를 분석해 게임·영상·문서 등 콘텐츠 종류에 따라 화면의 화질을 최적으로 맞춰준다. 게임을 할 때에는 AI가 게임의 장르를 판별해 그에 맞는 최적 화질을 제공한다. 3D(입체) 전용 안경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로 화면을 봐도 3D 경험을 할 수 있는 게이밍 모니터도 선보일 예정이다. AI가 2D 영상을 3D 화면으로 전환해주는 방식이다.

LG전자의 구부리는(벤더블) 형태의 OLED 디스플레이. /LG전자

LG전자는 모니터 화면을 곡선 형태로 구부릴 수 있는 벤더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내놓는다. 평평한 화면을 최대 900R(반지름 900㎜ 원이 휜 정도) 곡률로 구부릴 수 있다. 기존 4K(가로 해상도가 4000픽셀인 화면) 모니터보다 해상도가 뛰어난 ‘5K 2K(가로 5120픽셀, 세로 2160픽셀)’를 적용해 화질을 개선했다. 이 게이밍 모니터는 CES 혁신상 부문에서 최고상 포함, 3관왕에 올랐다. LG전자는 올해 CES에서 투명 OLED 화면을 탑재한 AI 냉장고를 공개하는 등 가전에서도 첨단 디스플레이 적용을 늘리고 있다. 평소에는 디스플레이에 사용자가 원하는 사진, 그림을 액자처럼 보이게 했다가 화면에 손을 대면 투명해져 냉장고 문을 열지 않고도 식자재, 음식물 종류와 양을 바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에 확대되는 디스플레이

올해 CES에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신기술이 대거 나온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기술 도입으로 자동차의 전장(電裝·전자장치)화가 확대되면서 차량 내부용 디스플레이 탑재가 늘고 있다. 이번 CES에서 기업들은 3차원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기술을 선보인다.

현대모비스는 독일 광학 기업 자이스와 손잡고 차량 앞 유리를 통해 다양한 정보를 보여주는 홀로그래픽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를 개발했다. 운전석에서 조수석에 이르는 앞유리에 차량 주행 속도, 내비게이션 정보를 보여준다. 앞유리 전체를 홀로그램 HUD로 활용해 주행 정보뿐 아니라 동영상이나 음악, 게임 등 인포테인먼트 기능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BOE는 차량 전면에 설치해 화면을 옆으로 늘일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선보인다.

독일 자동차 부품 업체 콘티넨탈은 운전석 앞에 설치할 수 있는 고성능 생체 감지 기능이 탑재된 OLED 디스플레이를 공개한다. 화면 뒤쪽에 감지 장치를 적용해 운전자가 운전석에 앉으면 비접촉 방식으로 사용자 인증을 하고, 주행 중에는 심박수·혈압을 분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