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세계 모든 지점서 균일한 맛 지켜” -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고피자 본사에서 임재원 대표가 오븐에서 꺼낸 피자를 들어 보이고 있다. 임 대표 왼쪽의 화면은 AI(인공지능)가 조리 과정을 실시간으로 분석하면서 매장 직원에게 토핑 양과 위치 등을 안내하는 장면이다. /김지호 기자

피자 프랜차이즈 스타트업 고피자의 임재원(36) 대표 노트북에는 한국·인도네시아·태국·싱가포르의 20여 매장서 지난 한 달간 구운 피자 3만판의 ‘성적표’가 들어 있다. 예를 들면 인도네시아의 한 고피자 매장에서 지난달 크리스마스이브에 만든 불고기피자 다섯 판은 78점을 받았다.

평가관이 각 나라의 매장에 상주하며 피자 굽는 과정을 일일이 살펴보고 점수를 매긴 것일까. 이러한 궁금증에 대한 답을 들려주겠다면서 임 대표가 노트북을 열고 인도네시아 한 지점의 피자 조리 영상을 클릭했다. 지난달 24일 오후 9시 30분 피자 도우(반죽)에 토핑을 얹고 있는 장면이었다. 영상에는 피자와 손 모양이 클로즈업돼 나왔고, 조리하는 동안 실시간으로 AI(인공지능)가 양파와 불고기 토핑이 적당량 얹어졌는지 등을 채점했다. 이 피자는 5조각 중 2조각에 토핑이 덜 들어갔고, 치즈도 균일하게 뿌려지지 않아 감점을 당했다. 임 대표는 “일부 매장에 시범 적용 중인 기능인데, 올해 모든 매장에 도입할 예정”이라며 “사람을 보내지 않고도 AI를 활용해 국내외 지점의 피자 맛을 고르게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하경

◇AI로 ‘피자 테크’ 구현

임 대표가 2016년 여의도 한강공원 야시장 푸드트럭으로 시작한 고피자는 한국·인도·태국·인도네시아·싱가포르·일본 등 6국 1282곳 지점을 가진 피자 패스트푸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고피자 본사에서 만난 임재원 대표는 “지난해 총 매출 500억원을 돌파했는데,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이 100억원을 넘어섰다”고 했다.

고피자는 타원형 도우에 5조각이 나오는 1인용 피자를 주력으로 하는 회사다. 주문부터 피자 굽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단 5분. 이를 위해 임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피자 조리에 기술력을 결합하는 이른바 ‘피자 테크’ 개발에 집중했다. 이 결과물이 피자 토핑 냉장고와 조리대, 소형 화면 등을 갖춘 ‘AI 스마트 토핑 테이블’이다. AI가 햄, 야채 등 각종 토핑을 피자 도우 어느 부분에 얼마나 얹어야 하는지 화면을 통해 알려준다. 테이블 위에 설치된 카메라가 조리 과정을 찍고, 이를 AI가 분석해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방식이다.

토핑 이후 과정도 자동화했다. 오븐에 피자를 넣으면 로봇이 알아서 굽고 꺼낸 뒤, 커팅까지 자동으로 하는 ‘고봇 스테이션’을 개발한 것이다. 여기에 더해 로봇팔 ‘고봇’은 소스를 피자에 뿌려준다. 도우는 국내외에 설립한 자체 공장에서 만들어 편 상태로 공급하고 있다. 임 대표는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구워도 맛있고 누구나 저렴하게 피자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푸드테크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고피자의 1인용 피자 한 판 가격은 7000~9000원대다.

최근에는 엔비디아의 소형 AI 컴퓨터 ‘젯슨’을 기존 냉장고와 조리대에 부착해 스마트 토핑 테이블을 구축한 ‘고비스 비전’을 출시했다. 화덕만큼 컸던 오븐을 에어프라이어 수준으로 확 줄인 ‘고븐 미니’도 개발했다. 이 오븐은 무게가 28㎏에 불과하지만, 250도 예열까지 7분이 채 걸리지 않고, 피자를 넣으면 4분 30초 안에 구워낸다. 고피자는 이와 같은 경량화를 통해 GS 편의점에도 입점했다. 임 대표는 “편의점 내 매장을 매달 300개씩 확장할 수 있었다”며 “고븐 미니와 고비스 비전을 해외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했다.

◇“K컬처 위력 실감”

고피자가 해외에 처음 진출한 국가는 인도다. 2019년 인도에 첫 매장을 열었던 때에는 한국 음식에 대한 존재감이 거의 없다시피 했는데, 코로나 봉쇄 기간을 지내는 사이 ‘오징어게임’ 등 K콘텐츠가 유행하면서 한류에 대한 호기심이 크게 늘었다고 한다.

최근 5년 사이에 고피자의 인도 매장은 60개로 늘었다. 임 대표는 “예전에는 입점을 거부하던 인도 대형 쇼핑몰들이 요새는 먼저 고피자를 찾아와 ‘피자와 한식 메뉴를 같이 팔아 달라’고 한다“며 ”인도에서 K컬처의 영향력을 실감하고 있다”고 했다.

고피자는 올해 국내외 총 매출액 목표를 700억~800억원으로 세웠다. 작년보다 50% 더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임 대표는 “올해는 일본을 비롯해 2~3국에서 편의점 내 매장 확장 방식으로 지점 수를 더 늘리겠다”며 “창업 당시 목표인 ’10년 내 1만개 매장’을 실현하기 위해 적극 도전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