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CES 2025가 정식 개막한 미국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루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진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은 새로운 디자인(new design)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HBM을 생산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3개사 중 유일하게 지금까지 엔비디아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삼성전자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냐는 질문에 이 처럼 답한 것이다. 그동안 삼성전자 HBM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이유로 다양한 추측이 나왔었지만, 젠슨 황이 삼성전자 제품의 ‘설계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 새로운 설계 필요
-젠슨 황은 지난 1년 간 삼성전자 HBM에 대한 질문을 받을때마다 곧 테스트가 통과될 것 같다는 투로 말을 해왔다. 지난해 3월 엔비디아의 연례 행사 ‘GTC 2024’에서도 기자들에 “삼성전자 HBM을 테스트중”이라고 했었고, 현장에 차려진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젠슨 승인(Jensen Approved)’라는 사인을 남기며 기대감을 높여 왔다. 하지만 그 후 1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음에도 삼성전자 HBM의 납품을 받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나오지 않았고, 이번 간담회에서 삼성전자 HBM이 재설계가 필요할 정도의 난관에 봉착해 있다는 점이 다시 한 번 확인된 셈이다.
다만 황 CEO는 여전히 삼성전자와의 협력 가능성을 긍적적으로 보고 있다고 부연설명에 나섰다. 그는 “한국 사람들이 이 문제에 조급해하는 것을 알지만, 새로운 디자인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하지만 그들은 충분히 해낼 수 있고, 현재 문제를 해결하는데 전념하하고 있다. 그들은 현재 약간의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반드시 회복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HBM을 개발한 업체일 뿐아니라, 우리 회사에 첫 HBM을 공급하기도 한 회사”라며 “그들은 분명 성공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최태원 회장과는 9개월 만에 회동
황 CEO는 이번 CES에서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 할 것이냐는 본지 기자의 질문에 “그럴 예정”이라며 “그와의 만남이 기대된다”고 답했다. 최 회장은 7일 저녁 라스베이거스에 도착하고, 이르면 8일 두 사람의 만남이 성사 될 예정이다.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 4월 최 회장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엔비디아 본사를 방문한 후 9개월 만이다. 황 CEO는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SK의 AI서밋에 영상 메시지를 보내며 끈끈함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번 회동에선 양사의 AI협력 강화 방안이 논의 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지난 AI서밋에서 ‘황 CEO가 HBM4 양산을 앞당겨 달라고 요청했다’는 취지로 말한 바 있고, 이 후 진척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 것으로 추측된다.
이날 황 CEO는 질문하는 한국 기자들에 ‘안녕하세요’라는 한국어로 인사를 하며 친근함을 보였다. 그는 “삼성과 SK는 아시다시피, 엔비디아의 가장 큰 공급업체 중 두 곳”이라며 “그들은 매우 훌륭한 메모리 기업이고 계속 성공하길 바란다”고 양사를 치켜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엔비디아는 전날 공개한 최신 게임 GPU ‘RTX 50시리즈’에 마이크론의 그래픽 D램 제품 ‘GPDDR7′을 탑재했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왜 RTX 50 시리즈에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제품을 채택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이 나오자 “솔직히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삼성과 SK하이닉스가 그래픽 D램을 생산했던가?”라고 반문했다. 삼성전자는 2022년 7월 업계 최초로 GDDR7을 내놨고, SK하이닉스도 2023년 GDDR7 을 공개했었다. 아예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이 메모리 명가인 한국기업들 입장에선 꽤나 굴욕적인 답변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