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스피어 내부 LED 화면에 활주로와 델타항공 여객기가 입체감 있게 구현됐다. /AFP 연합뉴스

지난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있는 세계 최대 구형(球形) 공연장 ‘스피어(Sphere)‘의 무대 쪽 대형 화면에 활주로와 여객기 한 대가 등장했다. 여객기가 객석을 향해 다가올수록 1만 관객을 향해 부는 바람도 강해졌다. 실제 활주로에서 여객기를 마주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객석 곳곳에서 탄성이 나왔다.

새파란 하늘과 활주로, 여객기는 공처럼 생긴 스피어 내부를 둘러싼 LED(발광다이오드) 화면으로 구현한 것이고, 바람은 무대 아래에서 나온 것이었다. 마치 현실인 것처럼 관객들이 빠져든 순간, 델타(Delta) 항공사의 에드 배스천 최고경영자(CEO)가 무대에 등장했다. 델타 창립 100주년을 맞아 ‘CES 2025′ 기조연설을 하러 나온 그가 무대 위 유일한 실물이었다.

이날 배스천 CEO의 기조연설 무대는 이번 CES 주제인 ‘몰입(Dive-in)’을 실감나게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인공지능(AI)의 도움으로 만들어낸 멀티 모달(이미지와 소리 등 다양한 형태의 정보를 주고받는 것) 콘텐츠와 이를 실감나게 구현할 수 있는 스피어 같은 공간이 합쳐지면서 극대화된 몰입 체험을 선보인 것이다.

2023년 9월 문을 연 스피어 내부에는 16만7000개의 AI 기반 스피커가 설치돼 있다. 여기에 바람과 냄새, 온도까지 제어하는 햅틱(진동 등 물리 반응) 기술이 결합돼 ‘초현실, 초감각’ 세계를 구현한다. CES 행사를 스피어에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배스천 CEO가 무대에서 헤이즐넛 커피를 마시자 객석에 헤이즐넛 향이 감돌았고, 화면에서 비행기 착륙 장면이 나올 땐 의자가 진동해 실제 비행기에 타고 있는 것 같았다. 행사 중간에 무대 위로 거대한 지구본이 둥둥 떠올랐는데, 실물이라고 착각할 정도로 입체감이 있었다. 실제로는 이미지를 3D(차원)로 구현한 것이다. 구형 돔의 천장을 하늘 삼아 폭죽놀이로 기조연설의 마지막을 장식할 때엔 살짝 매캐한 폭죽 냄새까지 났다.

엑소스피어(Exosphere)로 불리는 스피어의 외관도 디지털 아티스트에겐 최고의 캔버스다. 엑소스피어는 면적 5만3884㎡의 LED 스크린이다. 최초로 엑소스피어를 캔버스 삼아 미디어 아트를 선보인 작가는 터키계 미국인 디지털 아티스트 겸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레픽 아나돌이다. 그는 AI로 만든 예술 작품으로 잘 알려졌다.

CES 특별취재팀

변희원 팀장, 윤진호 기자, 오로라 기자, 이영관 기자, 박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