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 양자컴퓨터가 나오는데 몇 년이 걸릴까. 이 같은 질문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적어도 20년 이상은 걸릴 것’이라고 말하며 큰 타격을 입은 아이온큐의 공동 창업자인 김정상 듀크대 교수는 “20년 이후엔 엔비디아 같은 시가총액 3조 달러의 양자컴 대기업이 나온다는 뜻”이라고 했다. 아이온큐의 주가는 지난 8일 황 CEO의 발언 후 한때 40% 이상 폭락한 바 있다.
10일 김 교수는 미국 캘리포니아 레드우드시티에서 열린 ‘한인창업자연합(United Korean Founders·UKF) 2025′ 행사 기조연설에서 “양자컴퓨팅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주가가 3달 사이 7배나 늘었지만, 황 CEO의 한마디로 시가총액 절반이 사라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발언은 양자컴퓨터의 실제 활용에 2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시각이 틀렸다고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자컴퓨팅 기업인 아이온큐는 2024년 1월 주가가 11달러대에 불과했지만, 양자컴퓨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지난 7일 50달러 가깝게 주가가 치솟았었다. 하지만 황 CEO의 발언 후 주가가 폭락했고, 관련 상장지수상품이 상장폐지가 되기도 했다.
김 교수는 “엔비디아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1990년대에 만든 후 인공지능(AI)에 활용되기까지 30년이 걸렸다”라며 “내 입장에선 그의 말을 30년 후엔 엔비디아 같은 양자컴퓨팅 기업이 나올 것이란 의미로 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자컴퓨팅은 30년 만에 한 번 오는 기회이며, 20~30년이 지나면 모든 개인이 양자 컴퓨터를 활용하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아이온큐 기업공개에 앞서 황CEO에 사업 설명회를 한 바 있고, 그가 양자컴퓨터가 미래의 컴퓨팅이 될 수 있다며 관련팀을 조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날 레드우드시티에 있는 오래된 ‘폭스 극장(Fox Theatre)’에서 열린 UKF 2025는 미 서부 한인 스타트업 커뮤니티 ‘82스타트업 서밋’과 뉴욕에서 활동하는 한인 창업자들이 함께 개최한 행사다. 지난해 10월 뉴욕에서 첫 행사를 가진 후 실리콘밸리에서 두번째 행사를 열었다. UKF 공동의장인 이기하 프라이머사제 대표는 “지난 뉴욕 행사의 참석자는 수백명 규모였는데, 불과 4개월 만에 참석자수가 1300여명으로 늘었다”고 했다. UKF는 현재 해외에 있는 최대 규모의 한인 스타트업 커뮤니티다.
이날 행사에는 AI 석학인 앤드류 응 스탠퍼드대 교수가 기조 연설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AI는 ‘새로운 전기’다. 몇몇 응용프로그램에서 유용한게 아니라, 전기처럼 모든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기 때문”이라며 “AI의 진정한 가치는 반도체, 클라우드, 기초모델 단계를 넘어 다양한 서비스가 꽃피울 때 나올 것”이라고 했다. 올해부터 본격 시작될 ‘AI에이전트’시대에 대해 “AI 서비스를 만드는 비용은 줄어들고, 시간도 대폭 단축될 것”이라며 “한국은 오랜 시간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었고, AI시대에서도 무궁무진한 기회를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응 교수는 현재 대기업의 AI 사업화 아이디어를 검증하고, 이를 기반으로한 스타트업을 설립하는데 도움을 주는 ‘AI펀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도 기조연설을 위해 실리콘밸리를 특별히 찾았다. 그는 “내가 코스맥스를 창업했을때가 46세였다”라며 “늦은 것은 없고 중요한 것은 도전”이라며 후배 창업자들을 북돋았다. 그는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은 한국이 그만큼 매력있는 나라였기 때문”이라며 “코스맥스는 향후 AI를 활용한 맞춤형 화장품과 더 빠른 연구·제조 속도를 무기로 글로벌 생명력을 유지하겠다”고 했다.
이와 함께 행사에는 미 유명 벤처캐피털(VC) 알티미터 캐피털의 브래드 거스트너 CEO와 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 등 국내 대표 VC 관계자들, ‘뇌 과학자’로 잘 알려진 장동선 뇌과학연구소장 등이 연설자로 나섰다. UKF는 올해 10월 뉴욕에서 행사를 열 예정이다. 이 대표는 “10월 행사는 스타트업을 넘어 중소기업, 뷰티, K팝 등 한국 기업 전반으로 영역을 확장할 것”이라며 “한인 창업자들이 미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든든한 기반이 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