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 노트북 이용자라면 당최 이해 못할 말이 있다. 맥북만 써온 사람들이 주로 하는 말인데, “왜 노트북 어댑터를 무겁게 들고 다녀?” 다. 그동안 윈도 노트북을 쓰면, 카페에서 콘센트를 찾아 물려놓는 것이 당연했다. 업무를 하면 배터리가 반나절을 넘기기 어렵고, 어댑터를 꽂지 않으면 성능도 제한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렁차게 돌아가는 팬 소리는 덤이었다.
삼성전자에서 최근 국내 출시한 노트북 신작 ‘갤럭시북5 프로’ 14인치 모델을 대여해 사용해봤다. 두뇌 역할을 하는 중앙처리장치(CPU)로 인텔의 루나레이크가 탑재된 노트북이다. 루나레이크는 윈도 노트북의 치명적 단점인 전성비(전력 대비 성능 비율)를 크게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덕분에 배터리 사용 시간도 크게 늘어났다는 평이다. 다만 루나레이크가 탑재된 노트북의 가격이 200만원에 육박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갤럭시북 5 프로(14인치 기준)는 현재 130만~150만대에 구매할 수 있어 ‘가성비’가 최고라는 말이 나온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스마트폰과 노트북 사업을 총괄하는 노태문 사장의 이름을 따 ‘노태북’이라는 별명이 붙었을 정도다.
◇오래가는 가성비 최고 노트북
갤럭시북 5 프로는 14인치와 16인치 모델 두 종류로 출시됐다. 색상은 그레이와 실버 중 고를 수 있다. 기자가 이용해본 모델은 14인치 그레이 모델로, 무게는 1.23kg이다. 한 손으로 들면 다소 묵직하지만, 전체가 알루미늄 메탈 바디로 이뤄져 견고한 느낌을 준다. 겉모습은 전작, 전전작인 갤럭시북 3프로, 4프로와 다른 점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디스플레이는 2880X1800 해상도의 삼성디스플레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탑재됐다. 이 가격대 노트북에서는 보기 어려운 또렷한 화면이었다. 또한 이번에는 비전 부스터 기능이 추가돼 햇빛이 밝은 야외에서도 화면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빛반사 패널도 탑재돼 확실히 이용자 얼굴이 비치는 현상도 줄어들었다. 게다가 손가락 터치가 돼 직관적인 이용이 가능했다.
루나레이크가 주는 안정감은 상당했다. 기자가 현재 이용하는 갤럭시북3 프로 14인치 모델과 이번 신작 14인치는 모두 63Wh 용량의 배터리를 장착했다. 하지만 배터리 모드로 사용해보니 이용 시간 차이가 컸다. 게임은 돌리지 않고 주로 기사 작성, 인터넷 서핑, 영상 감상 목적으로 썼다. 간밤에 100%로 충전한 뒤 배터리를 최적 모드로 두고 하루종일 써봤다. 오후 1시 80%로 시작해서 오후 7시가 돼서 18%까지 소모됐다. 다 소모될 때까지 써보니 9시간 가까이 이용할 수 있었다. 배터리 모드로만 써도 성능 저하가 나타나지 않았다. 게다가 팬 소리도 거의 나지 않아 좋았다.
한편 기자가 1년가량 쓴 갤럭시북3 프로는 3시간가량 작업하니 배터리가 거의 다 닳았다. 또한 배터리 모드로 쓸 때는 문서 작성 시에도 다소 버벅임이 느껴졌다.
◇평범한 스피커와 미완성 AI는 아쉽
한편 스피커와 키보드는 전작 대비 큰 개선이 없다. 갤럭시북 명성에 맞지 않은 평범한 음질이 아쉬웠다. 다만 돌비애트모스 모드를 켜고 쓰면 부족한 공간감이 보완되는 느낌이었다.
갤럭시북5 프로에는 인공지능(AI) 기능도 여럿 추가됐다. 갤럭시S24에 들어가 히트를 친 화면 터치 검색 기능 ‘서클 투 서치’가 노트북에도 포함된 것이다. ‘AI 셀렉트’라 이름 붙은 이 기능은 노트북 화면을 손으로 죽 긋거나, 커서로 표시하면 검색 결과가 뜨는 방식이다. 외국 쇼핑몰에서 사진으로 된 상품 설명을 검색하거나 번역할 때 유용했다. 다만 마이크로소프트의 킬러 AI 기능인 ‘리콜’이 아직 지원하지 않아 아쉬웠다. 리콜은 이용 기록을 스크린샷처럼 저장, 나중에 쉽게 검색해볼 수 있도록 한 AI 기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