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 인공지능(AI)은 의료 상담 등 의료진을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 대체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미국 헬스케어 기업 ‘에픽 시스템스’가 개발한 AI 문진 서비스 ‘마이 차트’는 미국 150여 의료 기관의 의료진 1만5000여 명이 사용하고 있다. 오픈AI의 대규모언어모델(LLM)인 ‘GPT-4’를 기반으로 만들었다. 환자가 초기 증상 등을 입력하면 AI가 이를 분석하고, 환자의 기존 의료 기록과 약물 처방 내용까지 고려해 의심 질환을 찾아낸다. 환자는 진료 과목과 적절한 의사를 선정하는 데 도움받을 수 있다. AI의 1차 문진 결과를 전달받은 의사는 이를 참고해 진단과 치료 계획을 세운다. 이렇게 미국에서 마이 차트로 작성되는 의료 진단은 매월 100만건에 달한다.

캐나다 앨버타대 연구진도 병원 응급실에서 방문 환자의 초기 진단서를 AI가 작성하는 시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AI는 환자의 현재 상태와 신체검사 결과, 치료 계획 등을 정리해서 의료진에게 전달한다.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AI가 자동으로 기록하고 분석하는 체계도 의료 기관에 도입되고 있다. 의료진의 행정 업무 부담을 대폭 줄여준다. 미국 미시간주에 있는 의료 기관 ‘코어웰 헬스’가 사용 중인 AI ‘어브리지(Abridge)’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실시간으로 듣고, 내용을 요약해 진료 차트를 만들어 준다. 90일 동안의 시범 운영 결과를 분석해 보니, 임상 의사들이 문서 작업을 하는 데 드는 시간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스탠퍼드대 연구진은 주의력 결핍 과잉 행동 장애(ADHD)가 있는 어린이에게 약을 처방한 뒤 후속 조치 여부를 파악할 수 있는 AI를 개발했다.

국내에서도 AI 문진 서비스가 시작됐다. 네이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네이버케어’를 시범(베타) 서비스 중이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아픈 부위나 증상을 입력하면 예상 가능한 병명을 AI가 예측해 알려준다. 이후 가까운 병원도 찾아준다. 네이버 헬스케어연구소는 진찰 내용을 의료 용어로 자동 변환해 기록하는 ‘스마트 서베이’와 과거 검진 결과를 분석해 적절한 검진을 추천해 주는 ‘페이션트(patient) 서머리’도 개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