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1일 백악관에서 직접 공개한 ‘스타게이트’ 구상은 향후 4년 동안 5000억달러(약 718조원)가 투입된다. 천문학적 투자 경쟁이 벌어지는 AI 산업에서도 역사상 최대 규모다. 오픈AI와 오러클, 소프트뱅크 등 기술·투자에서 글로벌 AI 산업을 이끄는 핵심 기업들이 참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AI 기술과 인프라를 미국에 두고 싶다”며 “이 투자금은 원래 다른 나라, 특히 중국으로 갔을 돈”이라고 했다. 중국을 직접 겨냥해 AI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AI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공약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를 실현할 핵심 수단으로 AI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뒤떨어진 미국의 제조 생산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AI 인프라 구축 과정에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국방 분야에서도 중국을 압도하기 위해 AI를 활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차세대 AI를 구동하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며 “10만개 이상의 미국 일자리를 창출할 회사가 탄생하는 것”이라고 했다. 오픈AI는 “미국의 재산업화를 지원할 뿐만 아니라 미국과 동맹국의 국가 안보를 보호할 전략적 역량을 제공할 것”이라며 스타게이트 구상의 목적을 밝혔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이 프로젝트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식 때 약속한) 미국 황금기의 시작”이라고 했다.
‘스타게이트’는 오픈AI와 오러클, 소프트뱅크의 합작사로 운영된다. 세 회사가 본업에 맞게 역할을 분담하기로 했다. 소프트뱅크가 자금을 조달하고, 오러클은 AI데이터센터를 구축·운영하며, 오픈AI는 전반적인 운영과 AI 모델 개발을 책임진다. 이 회사의 이사회 의장은 손 회장이 맡기로 했다. 엔비디아와 반도체 설계 회사 ARM,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이 파트너로 참여해 반도체 공급과 클라우드(가상 서버) 서비스 제공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초기 자금 1000억달러는 소프트뱅크가 조달하고, 총 투자금은 앞으로 5000억달러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달 당선인 신분의 트럼프를 만난 자리에서 미국에 10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발표했던 손 회장은 이날 “(한 달 만에) 5000억달러를 들고 돌아왔다”고 했다.
‘스타게이트’ 측은 일단 초거대 AI데이터센터 구축과 이를 운영하기 위한 발전소 건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범용 인공지능(AGI) 개발이 목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아마도 트럼프 대통령 임기 중에 AGI가 개발될 것으로 생각한다”며 “대통령은 발전소와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안다”고 했다. AI 개발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트럼프 정부에서 범용 인공지능 개발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한 국내 AI 전문가는 “AGI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미국 AI데이터센터의 규모를 지금보다 10배쯤 늘려야 한다”며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트럼프 임기 내 ‘범용 인공지능’ 개발”
블룸버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발표에 대해 “일단 짓는 것(Just Build)”이라고 했다. 1000억달러의 초기 투자금 사용처가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지만 대부분 AI데이터센터와 발전소 건설에 쓰일 것이라는 해석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의 첫 번째 데이터센터는 이미 텍사스에서 건설 중이고, 다른 지역으로도 확대할 전망이다. 텍사스엔 1만4000여 평 규모 데이터센터 10동이 추진 중인데, 20동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러클 3사가 만든 합작회사. 미국 내 AI 데이터센터 구축과 범용인공지능(AGI) 개발을 목표로 2029년까지 5000억달러(약 718조원)를 투자한다. 1994년 롤런드 에머리히 감독의 공상과학(SF)영화 ‘스타게이트’와 동명의 인기 드라마에서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 영화에서 스타게이트는 다른 차원으로 가는 문인데, 이제 AI가 그 역할을 한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