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없을 정도로 얇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등장.”(CNET)
22일 삼성전자의 ‘갤럭시 S25 시리즈’ 언팩(공개) 행사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 새너제이 SAP센터. “모든 것을 봤다고 생각했겠지만, 쇼는 끝나지 않았다”는 멘트와 함께 무대 상단의 거대한 스크린에 분해된 스마트폰의 부품들이 전시됐다. 부품들이 합쳐지며 종잇장처럼 얇은 스마트폰으로 조립되고, 화면에 ‘갤럭시 S25 엣지(Edge)’라는 문구가 떴다. 현장 좌석을 꽉 채운 2000여명의 글로벌 취재진들 사이에선 박수가 터져나왔다.
이번 갤럭시 S25 언팩 행사에는 갤럭시 S25 엣지의 모습도 공개됐다. 이번 공식 공개 전 ‘갤럭시 S25 슬림’으로 시중에서 불렸었는데, ‘갤럭시 S25 엣지’라는 이름으로 확정됐다. 이날 삼성전자는 티저 외에 상세한 스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선 이 제품의 두께가 약 6.4㎜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번에 출시된 갤럭시 S25, S25+, S25울트라의 두께가 각각 7.2, 7.3, 8.2㎜인 것을 감안하면 최대 22% 가량 줄어든 것이다. 블룸버그의 애플 전문가인 마크 거먼은 “갤럭시 S25 엣지는 S25 울트라보다 낮은 가격으로 출시될 예정이며, 루머가 돌고 있는 아이폰의 초슬림 신제품 ‘아이폰 17 에어’보다 먼저 올 5월쯤 시장에 출시될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삼성전자, 애플과 ‘두께 싸움’ 나선다
이날 언팩 행사 후 SAP센터에 마련된 체험장에는 전시된 갤럭시 S25 엣지를 구경하려는 취재진들이 북새통을 이뤘다. 엣지를 두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인파를 밀치고 들어가는 과정이 육탄전을 방불케 했다. 그만큼 전세계 취재진의 관심이 엣지에 쏠렸다는 뜻이다. 이날 삼성전자는 엣지를 전시만 하고, 실제로 손에 잡거나 돌려보지는 못하게 했다. 엣지는 후면 카메라가 3개가 탑재된다는 루머와 다르게 2개가 탑재된 모습이었고, 나머지 버튼 등 사양은 갤럭시 S25 시리즈와 다를 바 없었다. 다만 이날 갤럭시 S25 시리즈와 비교될 수 있게 전시된 S25 엣지는 확실히 다른 제품보다 얇은 모습이었다.
이로서 삼성전자와 애플의 ‘두께 싸움’이 올해 본격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21일 IT매체 맥루머스는 애플이 준비하고 있는 초슬림 스마트폰인 ‘아이폰 17 에어’ 부품으로 추정되는 사진을 공개했다. 애플 전문가 궈밍치 대만 TF증권 분석가는 이 기기의 두께가 약 5.5mm가 될 것으로 주장했지만, IT매체 폰 아레나는 6.25mm가 될것이라 보도했다. 궈 분석가의 예측이 사실이라면 애플 아이폰 에어는 갤럭시 S25 엣지보다 최대 14% 얇게 출시되는 것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외신 기자들은 대체적으로 갤럭시 S25 시리즈에 대해 호평을 내놨다. CNET의 아브라 알 히티씨는 “지난 1~2년 동안 AI를 쓰라고 강요하는 서비스 밖에 없었는데, 갤럭시 S25 시리즈는 처음으로 AI가 자연스럽게 구동하는 제품 같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5 시리즈에 AI에이전트 기능을 전면에 내세웠다. 스마트폰의 밝기를 설정하든, 웹 검색을 통해 정보를 타인에게 문자로 보내고 싶든 AI에게 음성으로 명령하면 복잡한 기기 조작 없이 AI가 알아서 해주는 간편한 기능이 탑재된 것이다.
◇프로젝트 무한도 깜짝 공개
삼성전자는 이날 행사장에 구글과 함께 개발한 확장현실(XR) 헤드셋 ‘프로젝트 무한’을 전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가 구글과 함께 개발한 이 헤드셋을 대중에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몰려있는 취재진 사이로 본 프로젝트 무한은 두 눈 앞으로 모두 가리는 커다란 스키 고글처럼 생겼다. 전면에 다수의 카메라가 장착된 것으로 보이고, 왼쪽 측면에는 이를 조작할 때 사용하는 버튼이 탑재되어있었다. 외관만으로 봤을 땐 애플의 ‘비전프로’와 크게 다른 바는 없어보였다.
프로젝트 무한은 보다 깊어지고 있는 삼성전자와 구글의 동맹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다. 이날 행사에는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영상으로 나와 “삼성은 구글과 첨단(frontier) AI를 함께 만들어갈 것”이라고 했고, 실제로 갤럭시 S25 시리즈에 제미나이 AI에이전트를 전면에 내세웠다. 여기에 XR기기를 위한 새로운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XR’을 탑재한 기기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안드로이드 XR을 공개하면서 프로젝트 무한을 실제 사용하는 영상을 공개한 바 있다. 당시 영상에 따르면 이용자는 여행 중 외국어 메뉴판이 실시간으로 번역된 내용을 헤드셋 스크린에서 볼 수 있고, 길거리를 다닐 때 구글 지도가 눈 앞에 화살표를 만들며 길을 안내하기도 한다. 프랑스에서 온 유튜버 브랜든 르 프로크터는 “기대가 많다”며 “안드로이드 기반이기 때문에 특히 게임면에선 애플의 비전 프로보다 더 나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