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록(Grok)3는 전작에 비해 10배는 유능해진 인공지능(AI) 모델입니다.”
17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자신 소유의 AI 스타트업 ‘xAI’의 최신 모델 ‘그록3’ 공개 행사에 나타나 이렇게 말했다. 머스크는 최근 트럼프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며 정장 차림인 경우가 많았지만, 이날만큼은 여느 실리콘밸리 엔지니어들처럼 수수한 검은 티셔츠 차림으로 온라인 생방송에 나섰다. xAI에서 AI 개발을 이끄는 수석 엔지니어 3명과 함께 카메라 앞에 앉은 그는 “xAI의 사명은 우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 절대적이고 엄격한 진실을 추구하는 AI를 만들었다”고 했다. 220만명이 동시 시청한 방송에는 “가자, 그록!”, “오픈AI의 콧대를 눌러줘” 같은 댓글이 실시간으로 달렸다.
머스크가 “세계에서 가장 똑똑한 AI”라고 자평한 고성능 AI를 내놓으며 오픈AI·구글과 본격적인 AI 경쟁을 시작했다. 머스크는 2015년 샘 올트먼 오픈AI CEO와 오픈AI를 공동 창업했지만, 이후 경영 방향을 두고 갈등을 겪다 2018년 회사를 떠났다. 2022년 말 등장한 챗GPT가 테크 업계를 강타하자, 2023년 머스크는 부랴부랴 xAI를 설립해 추격에 나섰다. 그해 11월 ‘그록1’을 선보였지만, 이미지·음성 등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오픈AI와 기술적 격차가 크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경쟁사를 따라잡는 데 그치지 않고, 경쟁사를 뛰어넘는 성능의 AI를 개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가장 똑똑한 AI” 그록3
이날 xAI는 그록3가 GPT-4o(포오·오픈AI), 클로드 3.5 소네트(앤스러픽), V3(딥시크) 등 경쟁사의 AI 모델 대비 고급 수학·과학·코딩 분야 벤치마크(성능 측정)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예컨대 2024년 미국 수학경시대회(AIME) 문제로 모델을 평가한 결과 구글의 제미나이 2 프로는 36점, 딥시크의 V3는 39점, 오픈AI의 GPT-4o는 9점을 기록한 가운데, 그록3는 52점으로 최고점을 획득했다는 것이다.
실제 이날 시연에서 그록3는 실시간으로 복잡한 코딩을 척척 해냈다. “(게임 개발 소프트웨어인) 파이게임을 써서 테트리스와 비주얼드 게임을 합친 게임을 만들어줘. 미친 듯이(insanely) 좋은 게임을 만들어봐”라고 주문하자, 그록3는 몇 분이 지난 후 게임 코딩 완성본을 제시했다. 그 시간을 xAI 측은 ‘생각(thinking)’이라고 불렀다. 이를 파이게임에 적용하자 즉시 테트리스처럼 퍼즐을 쌓고, 비주얼드처럼 블록 색깔을 맞추는 게임이 실행됐다. 머스크는 “어느 AI 모델이나 기존 게임을 카피하는 건 쉽게 할 수 있지만, 두 게임을 합치는 건 창의성의 영역”이라고 했다. 그록3는 “지구에서 발사해 화성에 착륙한 후, 다시 지구로 돌아오는 3D(차원) 애니메이션 코드를 생성하라”는 요청엔 114초의 ‘생각’ 후 답을 제시했다. xAI는 “실제 실행 가능한 궤적을 계산하는 물리적 지식이 필요한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xAI는 그록3를 기반으로 한 검색 AI 에이전트 ‘딥서치’도 새롭게 공개했다. xAI 측은 “이용자의 질문에 관련된 내용을 온라인에서 대충 끌어다 주는 검색이 아니라, AI가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다양한 출처의 내용을 검토한 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했다. 머스크는 “엔지니어, 연구원, 과학자들뿐 아니라 실제 모든 사람이 구글로 1시간 동안 리서치할 내용을 그록3는 10분 안에 더 좋은 품질로 완성해줄 것”이라고 했다.
◇똑똑한 AI, 거대 데이터 센터에서 나와
xAI는 그록3를 훈련하기 위해 총 20만장의 엔비디아 최신 AI 칩을 활용했다고 밝혔다. 머스크가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에 있는 데이터 센터를 증축한다는 소문은 나왔었지만, 이 확장 공사가 이미 마무리됐다는 점은 처음 알려졌다. xAI는 “첫 AI 칩 10만장을 가동하기 위해 122일이 걸렸고, 그 다음 10만장을 돌리는 데는 단 92일이 소요됐다”며 “그록3 같은 첨단 AI를 만들기 위해선 데이터 센터 규모 증축이 필수였다”고 했다. 최근 중국의 딥시크가 AI 칩을 적게 쓰는 ‘저비용·고성능’ AI를 내놓았지만, 성능 격차를 보일 수 있는 첨단 AI 구축을 위해선 여전히 대규모 데이터 센터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머스크는 이날 “약 1주일 후엔 음성 모드가 추가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 마지막에는 “마침내 만나게 되어서 기뻐요. 곧 다시 얘기해요”라는 그록3의 음성이 깜짝 공개되기도 했다. 머스크는 “그록3가 성숙하고 안정되면 몇 달 안에 전작인 그록2를 오픈 소스로 공개할 것”이라고 했다. xAI는 그록3를 이날부터 X의 프리미엄+ 유료 구독자에게 공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