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16e. /애플

애플이 보급형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 16e’를 출시한다. 처음으로 퀄컴의 제품이 아닌 자체 개발한 모뎀 칩을 탑재했고, 보급형 제품임에도 인공지능(AI)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웠다. 다만 가격을 전작 대비 170달러 인상하며, 테크 업계에선 “아이폰 판매 부진 중에 보급형 시장에서 수익을 최대화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19일 애플은 아이폰 16e를 오는 28일 출시한다고 밝혔다. 아이폰의 보급형 모델은 2016년 처음 출시된 후 3~4년에 한 번씩 신제품이 출시됐고, 이번 신제품은 4세대 모델에 해당한다. 애플은 그 동안 보급형 모델을 ‘아이폰 SE’라는 별도의 명칭으로 불러왔지만, 이번 제품부터 이름을 ‘아이폰 16e’로 바꿨다. 최신 프리미엄 모델인 ‘아이폰 16’과 같은 카테고리로 묶겠다는 전략이다. 애플은 “아이폰 16e는 아이폰 16 제품군의 강력한 새 멤버”라고 했다.

아이폰 16e는 애플이 수년간 개발해온 모뎀칩 ‘C1’을 처음으로 탑재한 제품이다. 지금까지 애플은 퀄컴에 매년 수십억 달러를 지불하며 모뎀칩을 구매해 탑재해왔는데, 퀄컴으로부터 반도체 자립에 나선 것이다. 애플은 지난 2017년부터 퀄컴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 애플은 퀄컴의 기술 라이선스 조건이 “부담스럽고, 불합리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2019년에는 인텔의 모뎀 칩 팀을 인수해 자체 모뎀 칩 개발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급형 SE 제품은 주력 모델에 탑재하기 전 자체 기술을 테스트 할 수 있다”며 “차기 아이폰인 아이폰17에 탑재하기 전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현실 데이터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차터 에퀴티 리서치의 에드워드 스나이더 분석가는 올 가을 출시되는 아이폰17의 20% 정도에 애플의 자체 모뎀 칩이 탑재될 것이며,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2년 안에 퀄컴칩을 완전히 대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이폰 16e에는 또 아이폰의 자체 개발 AP(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A18이 탑재됐다. 최신 프리미엄 아이폰에서만 사용 가능했던 이미지 생성, 알림 요약 등 AI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도 아이폰 16e에서 사용할 수 있다. 또 기존의 홈 버튼을 없애고, 페이스ID를 지원하는 더 큰 화면을 적용하는 등 주력 모델과의 격차를 좁혔다. 테크 업계에선 아이폰 16e가 보급폰 시장에서 강력한 대안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폰 16e의 가격은 599달러로 책정됐다. 이는 3년 전 출시했던 전작(429달러) 대비 170달러가 비싸진 수준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아이폰 16e의 출현으로 애플의 가장 저렴한 아이폰 제품이 더욱 비싸졌다”고 했다. 애플은 현재 중국에서 현지 스마트폰 제조 업체에 밀리고 있고, 전체 아이폰 매출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 가장 저렴한 제품의 가격과 성능을 올리면서 전체 매출을 늘리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