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AI(인공지능) 스타트업 딥시크가 저비용·고성능 모델로 혁신을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문과생들의 역할이 주목받고 있다. 4일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딥시크 전직 직원들과 테크 업계 관계자들을 인용해 “딥시크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던 것은 역사와 문학, 언어학을 전공한 문과생으로 구성된 팀 덕분”이라고 전했다.
문과 출신들로 구성된 이 팀은 AI 모델 훈련과 딥시크가 생성하는 콘텐츠의 품질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담당한다. 역사·문화·과학 등과 관련된 데이터를 일목요연하게 분류해 AI가 더 효율적으로 학습하고 답을 낼 수 있게 한다. 관련 학문에 대한 배경 지식을 갖고, 마치 도서관에서 책을 분류하듯 데이터를 정리하는 것이다. 딥시크 한 전직 직원은 최근 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그들은 방대한 지식들을 모아 가상 도서관을 구축하는 업무를 맡는다”며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AI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AI 시대에 인문학 전공자들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성능이 우수한 AI 모델도 개발자들 사이에서 공개되는 경우가 많아져 AI 모델 개발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이제 비슷한 구조로 개발된 AI라도 어떤 훈련을 거쳤는지에 따라 내놓는 답변의 수준이 달라지게 된다. 얼마나 질문을 효율적이고 구체적으로 주입해 학습을 시켰는지에 따라 AI 경쟁력이 좌우되는 셈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좋은 질문을 주입해야 AI가 스스로 추론 능력을 키워 고도화된다”며 “인간의 언어와 생각 흐름을 잘 이해하는 인문학자들이 이공계 출신 엔지니어들보다 강점을 보일 수 있는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AI를 조련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라고 부르는데 미국의 앤스로픽 등 AI 기업들은 억대 연봉을 제시하며 채용에 나서기도 한다. 이들 중에는 역사학·철학·언어학 등 문과 전공자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