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실세’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미국 시민들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4일 뉴욕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 충전기에 불을 붙이는 방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이는 머스크가 트럼프 대통령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한 후 테슬라를 상대로 일어난 일련의 공격 중 최신 사건”이라고 했다.
경찰 당국에 따르면 보스턴에서 약 48km 떨어진 리틀턴에 있는 쇼핑센터에서 이날 오후 1시 10분쯤 테슬라 충전기에 불이 붙었다. 테슬라의 충전소 지도에 따르면 이 곳에는 총 12개의 충전기가 있었고, 그 중 불이 붙은 테슬라 충전기는 검은 연기를 뿜어냈고 있었다. 현장에 도착한 소방 대원들은 회사에 연락해 전기를 끊어달라 요청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테슬라의 담당 직원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던 중에, 인근에 있던 또 다른 충전소에서 화재가 일어났다고 전했다. 이날 이 지역에서 총 7개의 충전기가 불에 탔다.
이 같은 사건은 최근 머스크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일어났다. 머스크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부효율부(DOGE)’ 수장을 맡아 연방 공무원들의 해고를 주도하고 있고, 지난 1월 20일 트럼프 대통령 취힘 축하행사에선 나치 경례를 연상시키는 손동작을 지어 논란을 빚기고 했다.
지난달 27일 콜로라도주 지방검찰청은 덴버 북쪽 러브랜드의 테슬라 딜러십 매장에 방화를 시도하고, 차량을 파손한 혐의로 42세 여성을 체포하기도 했다. 이 여성은 테슬라 매장 외벽에 스프레이 페인트로 ‘나치(Nazi)’라는 단어를 쓰고, 주차장에 주차돼 있던 테슬라 차량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미 전역 곳곳에 머스크를 반대하는 시위도 열리고 있다. 지난 1일 뉴욕, 보스턴, 샌프란시스코 등 미 전역 90여개의 테슬라 매장 및 충전소 앞에서 시위가 열렸다. 이 중 뉴욕 테슬라 쇼룸 밖에선 300여명이 모여 대규모 시위를 펼쳤고, 그 중 9명이 체포됐다. 이 같은 시위가 이어지자, 일부 테슬라 매장 및 사무실 창문에는 “우리도 머스크를 싫어해요”와 같은 쪽지가 붙기도 했다.
이 같은 공격은 미국 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4일 독일 베를린 외곽의 테슬라 공장의 공사터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 2일 프랑스 남부 도시 툴루즈에 있는 테슬라 매장에서도 방화로 의심되는 화재가 발생, 테슬라 차량 12대가 파손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