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는 글로벌 클라우드(가상 서버) 시장 1~3위 업체들이다. 최근 이 기업들은 본업인 클라우드보다 양자(量子) 시장에서 더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세 기업이 연달아 양자 컴퓨터의 CPU(중앙처리장치)에 해당하는 핵심 기술인 ‘양자 칩’을 공개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미국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 계열사 ‘아마존 웹 서비스(AWS)’는 자체 개발한 첫 양자 컴퓨터용 칩 ‘오셀롯(Ocelot)’을 공개했다. MS가 지난달 19일 양자 칩 ‘마요라나1(원)’을 선보인 지 일주일 만이다. 구글은 지난해 12월 ‘윌로(Willow)’ 양자 칩 기술을 발표했다. 3사의 양자 칩 연구 결과는 시차를 두고 모두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공개됐다. 양자 컴퓨터 개발에 걸림돌이던 난제인 ‘양자 오류’를 일부 해소하는 진전을 보이면서 상용화 시기를 크게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양자 오류’ 해결에 진전

양자 컴퓨터는 원자(原子) 수준의 미시 세계를 다루는 양자물리학 이론을 기초로 만든 컴퓨터다. 입자를 0과 1의 디지털 정보를 동시에 갖는 양자 중첩 상태인 ‘큐비트’로 만들어 빠르게 연산한다. 수퍼 컴퓨터로 힘든 복잡한 자연계 계산을 빠르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절대온도 0도(섭씨 영하 273도)의 극저온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빛·열 등 아주 미세한 자극에도 큐비트가 손상돼 계산 오류가 일어난다. 현재 양자 컴퓨터 오류 빈도는 계산 1000번당 1번꼴로 높은 편이다.

최근 공개된 클라우드 3사의 연구는 이 양자 오류를 최소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각 사는 다른 해결책을 제시했다. 구글은 양자 오류를 잡기 위해 ‘논리적 큐비트’라는 기술을 개발했다. 논리적 큐비트는 여러 큐비트가 하나의 계산을 담당하는 방식이다. 큐비트 1개만 쓰면 오류 위험이 커서 여러 개에 같은 계산을 맡겨 서로 크로스 체크(교차 검증)하는 것과 비슷하다. 큐비트를 사각형 격자 구조로 묶어 오류율을 낮추는 방식. 구글은 논문에서 3X3 격자(17큐비트)에서 5X5 격자(49큐비트), 7X7 격자(97큐비트)로 규모를 키울 수록 오류율이 2.14배씩 줄었다고 밝혔다. 큐비트 유지 시간도 4배로 늘었다. 다만 오류를 줄이기 위해 더 많은 연산 자원이 필요하다.

그래픽=김현국

MS는 세계 최초로 위상 초전도체를 사용한 양자 칩으로 온도 변화로 인한 오류 발생 가능성을 줄였다. 위상 초전도체는 인듐 비소와 알루미늄을 결합해 만드는데 물질 형태가 바뀌어도 위상이 유지돼 안정적으로 초전도성을 띤다. 위상 초전도체 내부에는 전하가 없어 외부 환경 변화에 안정적인 중성 상태의 마요라나 입자가 만들어져 연산 처리를 돕는다. 칩 이름인 ‘마요라나1’도 이 입자를 처음 제안한 이탈리아 물리학자 에토레 마요라나의 이름에서 따왔다. MS는 향후 상용화에 필요한 100만개 이상 큐비트를 단일 칩에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료 평가(peer review)에서 마요라나 입자에 대한 논문 결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래픽=김현국

◇아마존 “양자컴 개발 기간 5년 단축”

아마존은 ‘캣(cat·고양이) 큐비트’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했다.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가 양자를 상자 속 고양이가 살아 있으면서 죽은 상태로 비유한 ‘슈뢰딩거 고양이’에서 영감을 받았다. 캣 큐비트는 0과 1 두 양자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기 때문에 0과 1이 서로 바뀌는 ‘비트 플립(뒤집힘)’ 오류 발생을 억제할 수 있다. 일반 큐비트는 0과 1 두 상태가 중첩되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다. 캣 큐비트는 양자 위상(位相)이 뒤집히는 ‘페이즈(phase·위상) 플립’만 제어하면 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적은 큐비트로 양자 오류를 수정할 수 있다는 게 아마존의 설명이다. 아마존은 “오류 수정 비용을 최대 90% 절감해 양자 컴퓨터 개발 기간을 최대 5년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자 컴퓨터는 미세 플라스틱 분해 기술, 자가 복구 소재 개발 등 현재 전 세계 모든 컴퓨터 장비를 모아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풀 대안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양자 컴퓨터가 자연의 원리를 정확하게 수학적으로 모델링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