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시애틀에서 테슬라의 '사이버트럭'이 불에 탄 모습./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로 미국 기술주를 대표하는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의 주가가 10일 일제히 2~15% 폭락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한 것은 테슬라다.

10일 경기 우려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반감으로 일어난 각종 방화 사건의 영향을 이중으로 받은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4% 폭락했다. 이는 약 4년 6개월 만의 최악의 하루로 꼽힌다.

이날 테슬라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5.43% 폭락한 222.15달러에 마감했다. 이날 테슬라의 주가는 한때 220.66달러까지 떨어졌었다. 이날의 낙폭은 2020년 9월 8일(21.06%) 이후 최대치다. 주가 폭락은 시가총액은 전거래일의 8449억 달러에서 1303억 달러(약 190조) 떨어진 7146억 달러로 떨어졌다.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해 11월 5일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 된 후부터 급등하기 시작해 지난해 12월 17일 사상 최고치인 479.86달러까지 상승했었다. 하지만 이후 머스크에 대한 반감에 따른 불매운동과 관세정쟁 등을 우려하는 시각이 짙어지면서, 지난해 10월 중순과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앉게 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이날 월가 UBS그룹과 로버트 W.베어드 앤드 컴퍼니가 테슬라의 1분기 판매 실적 예상치를 하향 조정했다. UBS는 테슬라의 주문이 주춤하며 1분기 판매량이 이전 예상치보다 16% 낮은 36만 7000대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실제로 유럽 최대 시장인 독일에서 지난 1~2월 테슬라 신차 등록 대수는 지난해 대비 약 70% 급감했고, 지난달 중국 상하이 공장의 테슬라 출햐량으 49% 떨어졌다.

이와 함께 이날 오전에는 시애틀의 주차장에서 사이버트럭 4대가 한꺼번에 불타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머스크 CEO는 “이것은 미친 짓”이라며 테슬라 방화를 ‘테러’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보스턴 외곽 쇼핑몰의 테슬라 충전기에 방화를 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고, 테슬라 매장 앞에서 대규모 머스크 반대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베어드의 애널리스트 벤 칼로는 미국 CNBC 인터뷰에서 “테슬라를 표적으로 한 일련의 사건들이 테슬라 차량 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을 위축시켜 테슬라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날 미 증시에서 ‘매그니피센트 7’으로 꼽히던 7개 대형 기술주의 주가가 일제히 폭락했다. 이들 기업의 시총은 하루만에 7740억 달러 감소했다. 이날 시총 1위 애플의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4.85% 내린 227.4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때 5% 넘게 하락했다가 낙폭을 다소 줄였지만, 주가는 종가 기준 지난달 1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5.07%, 알파벳은 4.41%, 메타는 4.42% 하락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아마존의 주가는 각각 3.34% 와 2.36% 내리며 그나마 선방했지만, 시총은 각각 970억 달러, 780억 달러 감소했다. 미 CNBC는 “AI열풍으로 지난 2년여간 미 증시를 이끌었던 이들의 주가는 관세 전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에 떨어지고 있다”고 판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공개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침체를 예상 하느냐는 질문에 “(이런 일에는) 과도기가 있다”며 “우리가 하는 것은 부(富)를 미국으로 다시 가져오는 것이며, 이는 시간이 좀 걸린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