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에서 활약하던 중국 인재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중국 ‘테크 굴기’의 디딤돌 역할을 하고 있다. 예전 중국의 해외 자국 인재 유치는 주로 대학 교수 등 학계를 중심으로 이뤄졌지만, 최근엔 민간 기업의 A급 개발자를 대거 데려가고 있다.
구글 산하 인공지능(AI) 연구 기업인 딥마인드의 부사장이던 우융후이는 지난달 틱톡 모기업 바이트댄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바이트댄스 내 AI 연구·개발 부서 ‘시드’(Seed)에서 기초 연구를 총괄하고 있다. 미국 UC캘리포니아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우융후이는 2008년 구글에 입사해 17년 동안 머신러닝(기계학습), 자연어 이해 등 AI 분야에서 활약했다. 구글에서 개발자로 오를 수 있는 최상위 직급인 펠로(부사장급)까지 승진했지만 과감히 고국행을 택한 것이다.
중국 화중과학기술대 집적회로학과 왕환위 교수는 애플 출신이다. 미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2021년부터 4년 동안 애플에서 고성능·저전력 CPU(중앙처리장치) 설계 개발자로 활동했다. 올해 초 파격적 조건을 약속받고 모교로 돌아가 교수직을 맡았다.
과거엔 미국 등 선진국으로 유학을 갔던 중국 인재들은 상당수 현지에서 취업하거나 창업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엔 반대로 귀국을 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중국 경제·제도 연구 센터 분석’에 따르면 미국에서 연구 활동을 해온 중국 과학자, 연구원들의 귀국 비율은 지난 2010년 48%에서 2021년 67%로 증가했다. 중국 정부도 늘어나는 해외파 인력을 활용하기 위한 유인책을 늘리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반도체 개발 전문가에게 최대 500만위안(약 10억원) 계약 보너스와 수억원 규모의 주택 구매 보조금을 제공하는 파격 조건을 제시하는 인재 유치 프로그램 ‘치밍(Qiming)’을 운영하고 있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미국의 좋은 조건을 뒤로하고 모국으로 돌아가는 중국 개발자들이 늘고 있다“며 ”최근 중국 AI 경쟁력을 입증한 ‘딥시크 쇼크’ 이후 이런 추세는 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