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 껍데기 등 버려지는 패각(貝殼)을 재활용해 패각탄산칼슘을 만드는 국내 기업 ‘에코쉘’은 100억원을 들여 지난 1월 대형 생산 공장을 완공했다. 2022년 7월 ‘수산부산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수산부산물법)’이 제정되면서 패각을 활용한 친환경 산업이 활성화될 것이라 기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완공 두 달이 넘도록 공장은 가동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에코쉘에서 생산되는 패각탄산칼슘은 대형 제철소에서 쇳물을 생산할 때 불순물을 거르기 위해 사용되는 석회석을 대체하는 용도인데, 아직도 판매처를 찾지 못했다. 에코쉘 관계자는 “법이 제정되면서 해외같이 관련 산업이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부와 기업은 여전히 온실가스 감축 등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패각을 재활용한다는 이유로 제품 가격을 낮추겠다고 해도 판매처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수산부산물법’ 제정 이후 패각을 재활용하는 시설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공장을 지어도 생산한 제품을 받아줄 업체가 없고, 패각에서 발생하는 분진과 냄새 등으로 인한 민원 발생 우려로 인허가를 받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패각으로 인조 대리석이나 보도블록 등을 만드는 기업 ‘한려크린텍’도 20억원을 들여 생산 시설을 마련했지만, 구청에서 민원을 이유로 해당 공장의 영업을 허가해주지 않고 있다. 공장 가동을 위해 채용한 직원 7명은 몇 달 새 4명으로 줄었다. 한려크린텍 관계자는 “법 제정으로 시장 성장을 기대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는데, 정작 구청에서는 패각으로 인한 냄새 등 민원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공장 가동을 위한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고 했다.
통영시에서도 160억원을 들여 굴 껍데기를 재활용하는 시설을 지난해 11월 준공했지만 아직까지 운영할 업체를 찾지 못하고 있다. 매년 수십억 원을 들여 처리하던 굴 껍데기를 대기오염 물질을 제거하는 ‘탈황제’로 재활용하는 시설이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마련한 공공 굴 패각 재활용 시설인 만큼 수익성이 불확실해 업체들이 운영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년 수십 톤씩 발생하는 패각을 쌓아 두거나 바다에 버리면서 환경 문제가 일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법도 제정하고 시설도 만든 것인데, 막상 조건이 갖춰지니 지자체들이 뒷짐을 지고 서면서 정부를 믿고 사업에 뛰어든 중소기업들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재활용 업계에서는 “관련 산업이 초기 성장 단계고 환경 문제를 해소한다는 공적인 성격을 띠고 있는 만큼 패각 등 재활용 제품을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수산부산물법이 제정되며 패각을 재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지만 모든 세부 사항을 지자체에서 정하도록 하면서 여전히 산업 육성에 대한 제도적 한계도 남아 있다. 패각을 재활용해 칼슘 제품을 생산하는 PMI바이오텍 관계자는 “정부가 패각 제품 운송료를 지원하거나 적합한 납품처를 찾아주는 등 지원이 마련돼야 친환경 기업들이 자리를 잡고 생태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