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 핵심 기술로 HVAC(냉난방 공조)가 꼽히고 있다. 하지만 데이터센터 외에도 HVAC는 물류센터, 문화재 관리, 농업 등 여러 분야에 널리 쓰이고 있다. 시장 규모가 2028년 610억달러(시장조사 기관 IBIS월드)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기업들이 다양한 활용처를 발굴하고 있다.

LG전자는 작년 9월 동원그룹의 물류 자회사인 동원로엑스 경산센터에 HVAC를 적용했다. 고효율 HVAC는 저온 창고에 사용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연말까지 4개월간 약 60톤의 탄소를 절감했다”고 했다. LG전자는 동원F&B의 유가공 시설인 수원 공장에 제품을 공급했고, 동원홈푸드·동원시스템즈 공장도 관련 설비 설치 마무리 단계에 있다. 이 외에도 국내 첫 육상 스마트 연어 양식장에도 LG전자 제품이 들어갔다. 저온을 유지해 연어가 잘 자라게 할 생육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것이다.

문화재 관리에도 HVAC가 활용되고 있다. 온도에 민감한 문화재를 적정 온도를 유지해 훼손하지 않기 위함이다. 아일랜드 기업 존슨컨트롤스는 1928년 지은 필라델피아 미술관의 인프라를 현대화하면서 HVAC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했다. 에너지와 물 소비를 각각 23%, 8% 줄여 연간 75만달러를 절감했다.

미국 캐리어는 영국 글로스터셔에 있는 세계 최대 수직 농장에 HVAC 설루션을 제공했다. 이 농장은 테니스 코트 70면 규모로, 15단 높이로 식물을 재배해 매년 농산물 1000톤을 생산할 수 있다. HVAC를 통해 최적 재배 조건을 유지하면서도 폐열을 모아 난방에도 활용할 수 있다. 미국 트레인은 루마니아 와이너리에 HVAC를 공급했다. 트레인은 “와인 제조 과정 전반에 걸쳐 정확한 온도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병원이나 반도체 공장 등 특수 건물에도 HVAC가 확대되고 있다. 정밀한 온도 제어가 필요한 하이테크 산업 현장을 겨냥한 것이다. 일본 미쓰비시 일렉트릭은 뉴질랜드의 병원에 HVAC를 공급해 수술실과 병동의 냉방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에너지 효율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