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미국 새너제이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갖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오로라 특파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대만 TSMC와 함께 인텔 파운드리 지분을 인수하는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최근 소식통을 인용해 TSMC가 엔비디아·AMD·브로드컴·퀄컴에 합작회사를 설립하고, 인텔 파운드리 지분을 인수할 것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황 CEO는 19일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 모르겠고, 누구도 우리를 컨소시엄에 초대한 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19일 미국 실리콘밸리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연례행사 ‘GTC 2025’에서 미디어 간담회를 가진 황 CEO는 인텔 지분 인수 건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컨소시엄 구성에) 관여를 했을지 모르지만, 나는 아니다”라며 “그것은 내가 초대 받지 못한 파티”라고 했다. 인텔 주가는 적자에 빠진 인텔 파운드리 사업부가 TSMC에 인수될 수 있는 가능성이 거론되며 한때 오르기도 했지만, 황 CEO의 발언 이후 19일 미 서부시간 오후 3시 기준 전날 대비 7% 가깝게 떨어진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다.

이날 미디어 간담회는 중국의 위협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에 대한 질문이 잇따랐다. 관세에 대해 황 CEO는 “우리는 민첩한 공급업체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고, 모든 제품을 대만이나 멕시코에서만 구매하는게 아니다”라며 “적어도 단기적으론 우리의 사업 전망과 재무상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장기적으로 (관세 위협에 대응하는) 민첩성을 키우기 위해 올해부터 미국내(onshore) 제조를 늘릴 것”이라며 “이런 경우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 본다”고 했다. 황 CEO가 구체적인 ‘미국 내 제조’의 자세한 내용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TSMC가 올해 미국에서 4나노 반도체 양산을 시작한 만큼 더욱 많은 물량을 미국 TSMC 공장에서 생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그는 “우리는 현재 TSMC 애리조나 공장에서 제품을 만들고 있다”고 했다.

중국 인공지능(AI)의 굴기에 대해 그는 “미국 모든 AI 연구실의 50% 정도가 중국 출신이다. 단일 인구로는 가장 많다”라며 “중국의 AI 연구가 세계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는건 당연한 이치”라고 했다. 그는 “여러분이 어떻게 그런 것을 해내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계속해서 그렇게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중국에 대한 첨단 엔비디아 반도체 수출이 막힌 상황에서도 딥시크 같은 선진 AI를 개발해내는 연구를 지속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는 법을 준수하며, 동시에 고객의 수요를 최대한 맞추겠다”고 했다. 합법적인 선에서 중국에 대한 GPU 판매를 지속하겠다는 것이다. 이날 그는 시장분석가들과의 대담에서 “딥시크에 대한 시장의 우려는 완전히 잘못됐다”며 “추론형 AI가 늘어날수록 컴퓨팅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하기도 했다.

한편 황 CEO는 “엔비디아는 더 이상 반도체 제조 업체가 아니다”라고 했다. 그는 “칩을 열심히 만들고 판매하는 것은 지난날의 일이고, 이제 우리는 수억, 수조 달러 규모의 AI 기초시설을 구축하는 기업”이라고 했다. 전날 엔비디아가 차세대 AI칩 ‘루빈’과 ‘파이먼’ 로드맵을 공개한 것에 대해 “그 어느 기업도 2년, 4년 후의 제품을 먼저 알리지 않는다”며 “우리가 그러는 이유는 우리는 AI설비 업체이고, 모든 관련 기업들이 미리 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편 황 CEO는 이날 삼성전자의 고대역폭메모리(HBM) 탑재 관련 질문에 대해선 “삼성의 기본 역량은 훌륭하다”며 “향후 삼성전자가 HBM 공급에 참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황 CEO는 지난 1월 CES에서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삼성전자의 HBM은 재설계가 필요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날 황 CEO는 재설계된 삼성전자 HBM 테스트 과정이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