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붐을 타고 개인은 물론 기업들까지 홈페이지 구축에 열을 올리던 1998년, 미국에서 ‘호스트웨이’라는 업체가 등장했다. 홈페이지를 운영할 수 있도록 서버 공간 등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큰 성공을 거둔 호스트웨이는 2014년 미국 사모펀드에 약 5억 달러에 매각됐다. 호스트웨이의 공동 창업자 이한주(53) 대표는 인터넷 붐에 이어 클라우드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한국에 들어와 2015년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베스핀글로벌’을 창업했다. 베스핀글로벌은 AI와 클라우드를 융합한 서비스를 통해 클라우드 매니지드 서비스(MSP)의 효율을 높이면서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서울 서초구 사옥에서 만난 이 대표는 “올해 생성형 AI가 빠르게 보편화되면서 다양한 서비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게 될 것”이라며 “지금까지는 AI 기술 고도화가 이뤄졌다면, 이제는 인프라 비용이 줄어들면서 AI 보편화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인터넷과 클라우드를 지나 AI 시대가 열리면서 클라우드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측한 것이다. AI 서비스를 위해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이 필요한데, 이것이 클라우드를 통해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올해부터 생성형 AI 시대가 열릴 것이란 근거로 AI 운영을 위한 비용을 들었다. 엔비디아의 GPU를 비롯해 AI를 위한 다양한 인프라 비용의 하락 속도가 빨라진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보편적으로 AI가 모든 산업에 적용되려면 가격이 중요한데, 그 하락 시점이 2025년이 될 것”이라며 “관련 회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기술 경쟁도 치열해지는 영향”이라고 했다.
AI 인프라 비용이 하락하면서 관련 서비스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기업들도 산업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이를 위해 베스핀글로벌은 ‘티바나’라는 내부 프로젝트를 진행해 올해 하반기 ‘MSP 코파일럿’을 출시할 계획이다. 고객이 클라우드를 관리하다 이상이 생기면 베스핀글로벌에 문제 해결을 의뢰하는데, 이러한 유지 보수 데이터를 학습한 AI를 만든 것이다. AI는 클라우드를 분석해 무엇이 문제고 어떻게 해결해야 한다는 등의 조언을 해줄 수 있다. 이 대표는 “내부적으로 업무의 대부분을 AI로 자동화하는 실험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면서 “AI로 인한 변화에 끌려다니기보다 먼저 움직여 이를 자체 경쟁력으로 삼는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AI 서비스의 글로벌화도 강조했다. AI 서비스 경쟁이 벌어질수록 국경의 의미가 더욱 희미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베스핀글로벌은 미국을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에 진출해 있다. 올해부터 AI 인프라 기술 등 관련 기업들의 인수를 통해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이 대표는 “AI는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에 뭐든지 더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한국이 도태되고 있는 만큼 정부 지원도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과거 제조업 중심으로 성장할 때는 ‘국산화’가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이제는 의미가 없어졌다”면서 “미국과 중국은 거대 자본으로 모든 AI 산업을 육성할 수 있지만 우리는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1400조 이상의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이 열리는데, 한국이 원전과 건설 기술을 중심으로 뛰어들어 관련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