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 기업 BYD(비야디)가 지난해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 매출을 뛰어넘었다. 테슬라가 보급형 차종인 ‘모델3’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기차 생산에 속도를 내기 시작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머스크가 대량생산 시설인 ‘기가 팩토리’를 앞세워 개척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가성비로 성장한 중국 BYD가 첨단 기술력까지 갖추며 테슬라를 넘어섰다. 중국 내수 시장뿐 아니라 유럽 등 선진국에서도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데 성공한 것이다.
2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BYD는 지난해 매출 1070억달러(약 157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한 수치로,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반면 테슬라의 지난해 매출은 980억달러(약 144조원)에 머물렀다. BYD의 순수익은 전년보다 34% 증가한 56억달러(약 8조2000억원)를 기록했다.
◇테슬라 판매량의 두 배 이상
BYD는 1995년 왕촨푸가 배터리 제조 업체로 시작한 회사다. 2003년 자동차 산업에 진출한 이후 전기차 시장까지 뛰어들었다. 2022년에는 내연기관차 생산을 완전 중단하고, 하이브리드(전기 모터와 내연기관 겸용)를 포함한 전기차에 집중하고 있다. 배터리부터 모터 등 부품까지 수직 계열화해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전기차 핵심인 배터리부터 완성차까지 제조하는 테슬라와 사업 구조가 비슷하다. BYD는 부품 내재화를 통한 가성비 전략으로 시장을 빠르게 장악했다.
BYD는 전기차 판매에서 압도적이다. 시장조사 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BYD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보다 43.4% 증가한 413만7000대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오히려 1.1% 역성장한 테슬라(178만9000대)보다 두 배 이상 많이 팔았다. 점유율로 보면 BYD가 23.5%, 테슬라가 10.1%다. BYD는 올해는 500만~600만대를 팔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2월까지 판매량은 전년보다 93% 증가한 62만3300대로 집계됐다.
중국 내수시장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성장 중이다. 작년 상반기 BYD의 유럽 판매량은 2023년 대비 약 6배 가까이 늘어났다. 시장조사 업체 S&P 글로벌 모빌리티는 올해 BYD의 유럽 판매량이 지난해의 2배 이상인 18만60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BYD는 올해 1월에는 한국 승용차 시장에도 진출했다.
BYD는 중국산 가성비에 그치지 않고, 뛰어난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5분 안에 충전해 470㎞를 주행할 수 있는 기술을 공개했다. 내연기관차에 비해 충전이 오래 걸리는 전기차의 치명적 약점을 극복할 수 있는 기술이다. 테슬라는 15분 충전으로 최장 320㎞를 달리는 기술을 확보했다.
BYD는 연구·개발(R&D)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 있다. 지난해 R&D 투자 비용은 전년보다 36% 증가한 542억위안(약 10조9600억원)을 기록했다. 지금까지 R&D 누적 투자액은 1800억위안(약 36조4000억원)을 넘어섰다. 전체 직원 90만명 가운데 10만명 이상이 R&D 인력이다.
◇그래도 테슬라 주가는 12% 급등
향후 BYD와 테슬라의 경쟁에는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이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테슬라 주가는 ‘매출 1위’를 BYD에 내준 24일 전날보다 11.93% 급등한 278.3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BYD 작년 연구개발비 36% 늘려 11조원 달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선 승리 직후인 작년 11월 6일(14.75%)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한때 7000억원대로 내려앉았던 시가총액 역시 8723억달러(약 1282조원)로 다시 불어났다.
이날 테슬라 주가 반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 관련 상호 관세를 완화할 방침을 시사한 덕분이다. 전기차·배터리 사업은 글로벌 공급망에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테슬라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때문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전문가들은 ‘세계 1위’ 자리를 두고 테슬라와 BYD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내다본다. 최근 테슬라가 최저 2만5000달러 수준의 ‘보급형 모델’을 내년 중 출시해, 그간 BYD가 독식해 온 중저가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출할 계획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오는 등 본격적 경쟁이 예고되기도 했다. 박정규 카이스트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겸직교수는 “BYD가 매출은 물론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던 영업이익률을 개선하는 등 양과 질 모두에서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테슬라와 벌이는 경쟁에서 앞서가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