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본사./조선DB

삼성전자가 지난 1분기(1~3월) 6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내며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거뒀다. 올 초 출시한 인공지능(AI) 스마트폰 갤럭시S25의 흥행과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선전으로 거둔 성적이다.

그래픽=양진경

삼성전자는 지난 1분기 매출 79조원, 영업이익 6조6000억원을 올렸다고 8일 잠정 집계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84% 상승했으며, 영업이익은 소폭(0.15%)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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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면적으로 보면 이번 1분기 영업이익은 시장 전망치(4조9613억원)를 크게 웃돌았다. 하지만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지난해 1분기에 이어 영업이익이 여전히 6조원대에 머물러 있고, 미 트럼프 정부의 관세 시행에 앞서 스마트폰·반도체 등이 미리 팔린 영향도 있기 때문이다. 2분기부터는 스마트폰과 가전, 반도체가 본격적으로 트럼프발(發) 관세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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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가 끌고 반도체가 떠받쳐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 부문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X 부문에서 약 4조4000억~4조5000억원가량 영업이익을 거둔 것으로 보고 있다. 애초 3조원대 영업이익을 전망했으나, 글로벌 시장에서 AI 기능을 앞세운 갤럭시S25가 예상보다 잘 팔린 것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S25에는 미국 퀄컴의 칩(스냅드래곤)이 전량 탑재되면서 삼성전자로서도 원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컸다”며 “하지만 판매량이 전작 대비 크게 늘면서 예상보다 많은 영업이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삼성 '갤럭시 S25', 중남미 지역 흥행…사전판매량 31%↑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8000억원 정도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메모리 분야에서 영업이익 3조3000억원을 올렸으나, 파운드리와 설계 부문에서 2조5000억원 적자를 낸 것으로 보고 있다.

당초 메모리 반도체는 올해 1분기가 바닥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AI 서버용 수요가 크게 늘지 않고, 스마트폰·PC용 범용 제품 수요도 지지부진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우려보다는 메모리 업황이 좋았다는 평가다. 올해 초 중국 딥시크가 촉발한 AI 붐으로 서버용 D램 수요가 늘기 시작했고, 중국 내 소비 진작을 위한 ‘이구환신(以舊換新·노후 제품을 신제품으로 교체)’ 정책 덕분에 범용 D램과 낸드(저장 장치)의 재고가 빠르게 소진됐다. 다만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3E) 엔비디아 납품 지연과 파운드리 등 비메모리 부분 적자는 여전히 숙제다. 고객 수주 부진으로 떨어진 파운드리 공장 가동률 문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이 격화하고 있는 가전과 TV 분야 실적은 예년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화면 TV 등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실적이 개선되면서 전 분기 대비 소폭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미국발 관세 폭탄...2분기 전망 불투명

시장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바닥을 찍고, 2분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탈 것이라고 예측해 왔다. 특히 HBM 등 AI 반도체 분야에서 반전 기대가 컸다.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부문을 총괄하는 전영현 부회장은 “이르면 2분기 중 HBM3E 12단 제품을 양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 개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1분기 실적도 미국의 관세 부과 이전 스마트폰과 메모리 반도체 물량을 미리 구매한 각 나라와 기업들의 재고 확보가 영향을 미쳤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미리 출고해 달라는 요구가 일부 존재했을 것”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스마트폰 판매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미국은 갤럭시 스마트폰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는 베트남에 46% 관세를 부과했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악을 가정한다면 스마트폰 분야 영업이익률이 지난해 9%에서 올해 3%로 줄어들 수 있다”고 했다. 주로 멕시코에서 생산하는 가전 생산 기지를 미국 본토로 옮기는 일, 추가로 별도 관세가 예고된 반도체 대미 수출 대응, 미국 반도체 보조금 재협상 등 삼성전자가 해결해야 숙제가 많다. 증권가도 삼성전자의 2분기 영업이익을 6조879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대비 41.7% 감소한 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