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가 미국 제재를 피해 중국 화웨이에 몰래 반도체를 공급한 혐의로 최대 10억달러(약 1조4700억원) 벌금을 물 가능성이 있다고 9일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중국 반도체 설계 업체 소프고(Sophgo)가 TSMC에 주문해 제조한 인공지능(AI) 칩이 화웨이 고성능 AI 칩 ‘어센드 910B’에 사용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시작됐다. 소프고는 미국 수출 통제를 피하기 위해 화웨이의 대리 설계사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는 회사다. 소프고는 표면적으로는 가상 화폐 채굴 업체 비트메인과 관련된 기업이나 실제로는 화웨이를 위해 반도체 설계를 했다는 것이다. 해당 칩은 고성능 연산에 활용하는 AI 가속기용 핵심 부품이다. 미국 상무부는 올해 1월 소프고를 수출 제한 리스트에 올렸다.
TSMC는 “소프고와 한 거래가 화웨이를 위한 우회 경로인 줄 몰랐다”며 위반 의도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로이터는 “해당 설계가 복잡하고 고성능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소프고가 단독 설계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미 상무부가 내렸다”고 전했다.
TSMC가 제조한 칩의 규모는 수억 달러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벌금 규모가 10억달러를 초과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수출 통제법상, 위반 거래 규모의 2배까지 벌금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해 미국 하드디스크 제조 업체 시게이트가 화웨이 수출 통제 조치를 위반해 3억달러의 벌금을 문 적이 있다. 로이터는 “현재까지 공식 고발 절차는 없었다”며 “(절차대로라면) 미 상무부는 조만간 TSMC에 서한을 발송하고 소명 기회를 부여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