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퓨리오사AI 백준호 대표와 직원들이 자사가 개발한 제품들을 들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종찬 기자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무실에서 만난 백준호 퓨리오사AI 대표가 기자에게 보여준 동영상이 있다. 퓨리오사AI는 엔비디아처럼 인공지능(AI) 칩을 설계하는 스타트업이다. 막 출시를 앞둔 AI 칩 ‘레니게이드2′의 오류를 잡기 위해 밤새 일하던 백 대표와 임직원들이 새벽쯤에 오류를 잡고 나서 다 같이 환호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퓨리오사는 이렇게 칩에 미친 사람들이 일하는 회사”라고 했다. 2017년 설립된 퓨리오사는 엔비디아의 아성을 무너뜨리겠다며 AI 칩 설계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 메타가 인수를 검토할 만큼 기술을 인정받았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사실상 대선 첫 현장 행보로 퓨리오사AI를 찾았다. 이 전 대표는 “기업이 불필요한 규제에 시달리지 않고 온전히 기술 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AI 규제를 합리화하겠다”고 했다. 실상은 어떨까?

민주당은 반도체 업계의 숙원인 ‘주 52시간 예외’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신기술·신제품 개발 때 핵심 인력들이 수개월간 집중해 연구 개발을 해야 한다. 작년 7월 퓨리오사AI는 새벽 근무 다음 날 전사 휴무를 했다. 퓨리오사AI가 글로벌 기업에 본격적으로 납품하기 시작하면, 이런 일은 더 자주 벌어질 수밖에 없다. 백 대표는 범법과 경쟁력 사이에서 매번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할지 모른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주주 충실 의무’를 담은 상법 개정안도 스타트업들엔 커다란 족쇄다. 주주의 이익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면, 이사들이 처벌받는 내용이다. 위험을 감수하고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많은 스타트업엔 독소 조항이나 다름없다. 퓨리오사AI가 회원으로 있는 벤처기업협회도 “부담이 커지면서 신속한 투자 결정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벤처 자금 수혈을 위한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털(CVC) 규제 완화 법은 국회에 막혀 있다. CVC의 외부 자금 출자 한도 제한(현 40%)을 50%로 상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AI 기본 사회’를 말하기 전에 이 전 대표는 이런 지적에 대한 입장부터 내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