뿅뿅오락실/몬스터 헌터 와일즈/안상현

요즘 게임을 즐기는 직장인들은 설레는 마음으로 퇴근합니다. 오랜만에 전 세계를 달군 인기 게임이 출시됐기 때문입니다. 일본 게임 개발사 ‘캡콤’이 내놓은 신작 액션 게임 ‘몬스터 헌터 와일즈(이하 와일즈)’를 말합니다. 지난 2월 28일 출시된 와일즈는 한 달 만에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0만장을 돌파했습니다. 동시 접속자 수도 최대 138만명을 기록하며 세계 최대 PC 게임 유통망인 ‘스팀’에서 역대 5위 자리를 차지했습니다.

시류에 휩쓸려 기자도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다)’으로 게임을 즐겼습니다. 게임에 접속하면 ‘금지된 땅’이라 불리는 야생의 지역을 조사하고 개척하는 길드 조사단에 속한 사냥꾼이 됩니다. 사냥 대상은 바로 척박한 자연 속에 군림하며 주변 생물들을 공포에 떨게 하는 거대 몬스터(괴물)들입니다. 현실로 치면 수 미터에서 수십 미터의 크기를 가진 괴물들을 대검과 해머, 활과 총 같은 14종류의 병기를 이용해 한 마리씩 사냥합니다. 그렇게 얻은 부산물로 더 강한 장비를 만들어 또 다른 사냥에 도전하죠.

기억에 남은 사냥은 거대한 갯지렁이처럼 생겨 모래 폭풍이 부는 사막을 마치 바다처럼 헤엄치는 몬스터 ‘발라하라’였습니다. 길드에서 토벌 명령을 받고 사막을 내달렸습니다. 서식지에 도착하자 주변 모래가 마치 파도 치듯 일렁이더니 발라하라가 뛰쳐나와 먹장어를 연상케 하는 흉측한 입을 벌리고 덮쳤습니다. 어렵사리 피하고 반격하려 했지만, 몬스터는 곧장 모래 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 고주파를 내는 수류탄 아이템(음폭탄)을 준비했습니다. 눈이 퇴화한 발라하라는 소리에 민감하다는 설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죠. 근처에 미리 설치해둔 마비 덫도 제 역할을 했습니다.

상처가 생긴 부위를 반복 공격하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었습니다. 꼬리 같은 부위는 절단되기도 하죠. 괴물의 생명이 얼마나 남았는지를 따로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몬스터의 달라진 모습과 행동 패턴을 보고 피해 정도를 유추해야 합니다. 피해가 극심하면 도망을 가기도 해서 추격전이 벌어집니다. 다른 몬스터 영역을 침범할 경우엔 서로 간의 다툼을 이용해 이득을 보기도 하죠. 이렇게 수십 분간 한 몬스터를 집중 공략하다 보면 어느 순간 게임을 한다기보단 정말 사냥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게 바로 퇴근 후에도 다시 컴퓨터를 켜게 하는 ‘몬스터 헌터’만의 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