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중(對中) 반도체 수출 규제 수위를 높이면서 AMD·인텔 등도 타격을 입게 됐다.
16일 엔비디아의 최대 경쟁사로 꼽히는 AMD는 미국 정부의 반도체 수출 규제로 8억(약 1조 1330억원) 달러의 손실을 떠안게 됐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은 전날 엔비디아가 자사 H20의 대중 수출이 규제되며 55억 달러의 손실을 입게 될것이라고 밝힌지 하루만에 나왔다.
AMD는 엔비디아처럼 중국에 저사양 AI칩인 MI308을 판매하고 있다. 이날 AMD는 “해당 제품에 대한 정부의 수출 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회사는 약 8억 달러의 재고, 구매 약정, 관련 준비금을 부담해야한다”며 “이미 정부에 수출 신청을 해놓은 상황이지만, 허가가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했다. 이날 AMD의 주가는 전날 대비 7.35% 급락한 88.29달러에 마감했다.
같은 날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인텔 역시 미국 당국으로부터 이 회사의 AI가속기인 가우디를 중국에 수출하려면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인텔의 매출에 있어 가우디는 아직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아 당장 엄청난 손실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지만, 가우디를 중심으로 GPU 판매를 늘려가려고 했던 인텔에게는 큰 잠재 시장을 잃어버리게 된 셈이다. 인텔 주가 역시 이날 3% 이상 하락했다.
미국의 반도체 규제에 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제조사 뿐 아니라 장비 업체들도 타격을 예고하고 있다. 네덜란드 ASML 최고경영자 크리스토프 푸케는 이날 투자자들과의 통화에서 트럼프의 관세가 글로벌 반도체 제조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는 ‘새로운 불확실성’을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ASML은 다음 분기의 재무 전망 범위를 더 확대할 수 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ASML의 주가는 이날 7.06% 하락했다.
이 같은 소식이 나온 후 16일 주요 반도체 주는 모두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엔비다는 6.87% 하락하며 시가총액 1480억 달러가 증발했다. ARM, 브로드컴, 마이크론 모두 2% 넘게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