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듀오링고’는 매일 4000만명이 사용하고, 누적 가입자 5억명인 세계 최대 외국어 학습 앱이다. 40여 외국어 학습을 제공하는 듀오링고에서 한국어가 중국어를 제치고 일곱째로 많이 배우는 언어가 됐다. 이 회사를 만든 루이스 폰 안(47) 대표는 “‘오징어 게임’ 등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 인기를 끌면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사람(외국인)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며 “현재 듀오링고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이용자만 550만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듀오링고는 서비스 출시 10년 만인 2021년 미국 나스닥 상장에도 성공해 시가총액이 148억달러(약 21조원)에 달한다. 듀오링고는 모든 학습을 무료로 제공한다. 남미 과테말라 출신인 안 대표 주변에는 극빈층이 넘쳐났고, 제대로 교육받기 힘들어 보이는 현실은 듀오링고 창업의 토대가 됐다. 미국 대학 진학을 위해선 토플(TOEFL) 시험을 봐야 했는데 당시 과테말라에선 1000달러 이상의 경비를 들여 이웃 나라 엘살바도르까지 가야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안 대표는 “8년 전쯤 유럽을 가게 된 시리아 난민들이 듀오링고를 통해 체류국 언어를 배우고 있다는 걸 알았을 때가 가장 자랑스러웠던 순간”이라며 “듀오링고는 백만장자와 난민이 똑같이 배울 수 있는 학습 플랫폼”이라고 말했다.
듀오링고의 모든 학습은 무료지만, 그렇다고 적자를 보는 건 아니다. 작년 한 해에만 8860만달러(약 126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무료 학습에 광고를 붙인 뒤 돈을 내면 이 광고를 제거해주는 유료 구독 계정으로 번 돈이다. 안 대표는 “유료 이용자는 듀오링고 매출의 85% 정도를 차지하는데 주로 선진국 이용자들”이라며 “돈이 없는 개발도상국 이용자들을 위한 무료 서비스는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듀오링고 창업 전에도 스팸 계정과 가짜 봇(bot) 계정을 걸러내는 세계적인 보안 기술 ‘캡차’를 만들어 무료 배포한 천재 개발자로 유명하다. 안 대표는 “요즘은 생성형 AI 모델을 적용해 문장과 연습 문제, 오디오를 만들어 제공하고 있다”며 “AI 덕분에 더 많은 사람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