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구미에 있는 LG이노텍 ‘드림 팩토리’의 생산 공정에 투입된 로봇 팔의 모습. 이 공장은 로봇, 인공지능(AI), 디지털트윈 등 첨단 기술을 동원해 차세대 반도체 기판인 FC-BGA 생산을 자동화했다./LG이노텍

지난 17일 경북 구미에 위치한 LG이노텍의 ‘드림 팩토리’. 이 공장은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라는 차세대 반도체 기판을 만드는 생산 시설이다. ‘반도체 기판’은 각종 전자 부품이 꽂혀 있는 메인 기판과 반도체를 연결해 전기가 통하도록 하면서 부품들을 보호하는 기능을 한다.

경북 구미에 위치한 LG이노텍의 ‘드림 팩토리’에서 로봇・딥러닝 등 최첨단기술을 적용하여 ‘FC-BGA(플립칩 볼그리드 어레이)’라는 차세대 반도체 기판을 만들고 있다. /LG이노텍

공장 한편에서 로봇 팔이 패널에 덮인 보호 필름을 떼어 내고 있었다. 예전에는 사람이 칼이나 날카로운 도구를 이용해 직접 손으로 하던 작업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숙련자들이 이 일을 담당했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필름을 벗기는 과정에서 패널에 흠집이 생기는 경우도 간혹 있었다”며 “지금은 로봇 팔이 프로그램으로 입력된 동작에 따라 작업을 하니, 불량품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드림 팩토리는 LG이노텍이 2022년 FC-BGA 사업에 진출하며 구축한 생산 시설이다. 축구장 3배인 총 2만6000㎡ 규모다. 현재 FC-BGA 시장에서 일본 기업들이 선두 주자다. LG이노텍은 경쟁사를 따라잡기 위해 생산 공장에 AI(인공지능)·딥러닝·로봇·디지털 트윈 등 최첨단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강민석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 부사장은 “전체 공정을 자동화해 사람과 불량, 고장, 안전사고 등 4가지가 없는 ‘4무(無) 최첨단 공장’”이라며 “확고한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로 2~3년 안에 해외 경쟁사들을 따라잡겠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상훈

◇4無 최첨단 공장

LG이노텍의 공장은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했다. FC-BGA 같은 고난도 초미세 공정을 요하는 반도체 기판 제품의 경우 아주 조그마한 이물질도 품질 불량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생산 공장 곳곳에서는 설비들 사이로 자동 로봇(AMR) 수십 대가 쉴 새 없이 오가며 자재를 운반하고 있었다. 입력된 고객 납기에 맞춰 로봇에 자동으로 명령이 내려지고, 이에 따라 원자재를 각 공정에 맞는 설비로 운반한다. 장비 유지와 보수 인력 이외에 10여 단계의 공정을 모두 무인화했다. LG이노텍은 “현재 기존 공장 대비 50% 수준의 인원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는 완전 무인화 수준으로 운영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AI도 적극 활용 중이다. 하루에 FC-BGA 생산과 관련한 데이터 파일이 20만개 이상 쌓이고 있다. 용량으로 따지면 100GB(기가바이트)에 달한다. HD급 화질의 영화 약 50편에 해당한다. 이를 AI가 지속적으로 학습해 불량 예측과 검사 시스템에 활용된다. 덕분에 육안으로는 잡아내기 어려웠던 미세 불량 영역을 AI가 단 30초 안에 감지한다. LG이노텍 관계자는 “AI를 통해 리드 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 90% 단축하고, 샘플링 검사를 위해 투입하던 인원도 90%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제품 불량, 설비 고장 등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디지털 시뮬레이션 시스템에도 AI를 접목했다.

◇“2030년 兆 단위 목표”

LG이노텍은 FC-BGA를 지난해부터 본격 양산 중이다. 작년 말 빅테크의 PC용 FC-BGA 물량을 수주했고, 최근에도 추가로 빅테크 고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에는 PC CPU용 FC-BGA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르면 2026년 서버용 FC-BGA 시장에 진입할 계획이다.

LG이노텍의 경쟁사로는 일본 이비덴과 신코, 대만 유니마이크론, 난야 등이 있다. LG이노텍은 IT 기술을 접목한 자동화로 수율을 끌어올려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고사양 반도체 기판 수요가 급증하면서 FC-BGA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후지카메라종합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FC-BGA 시장 규모는 2022년 80억달러(약 11조4000억원)에서 2030년 164억달러(약 23조4000억원)로 배 이상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강민석 LG이노텍 부사장은 “2030년까지 FC-BGA 사업을 조(兆) 단위 사업으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