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대면회의보다 화상회의가 훨씬 힘들게 느껴진다는 이른바 ‘줌 피로(Zoom fatigue)’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심하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화상회의 화면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계속 보는 것이 여성에게 상당한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러스트=김성규

스웨덴 예테보리 대학과 미국 스탠퍼드 대학 공동 연구진이 최근 발표한 ‘비언어적 메커니즘에 의한 줌 피로와 남성보다 여성이 더 줌 피로를 느끼는 이유’라는 논문에서 밝혀진 내용이다. 총 1만591명을 대상으로 장시간 줌 화상회의를 한 뒤 느끼는 피로도를 측정해 보니, 매우(very) 혹은 대단히(extremely) 피곤하다는 대답을 한 사람이 여성은 14%에 달한 반면, 남성은 그 절반 이하인 5.5%에 불과했다.

연구진은 “처음엔 여성의 줌 회의 시간이 더 길고, 쉬는 시간이 짧은 경향이 있어 이로 인해 여성이 남성보다 더 피곤함을 느끼는 것으로 파악했다”고 했다. 하지만 회의 시간과 쉬는 시간을 비슷하게 맞추고, 심지어 성격이 비슷한 사람끼리 비교해봐도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은 피로를 느끼는 것이 확연히 나타났다.

연구진은 그 이유를 인지심리학에서 찾았다. 화면 속의 자신을 바라볼 때 받는 스트레스가 남녀 간에 다르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볼 때 남성보다 여성이 화면에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더 신경을 쓰는, 이른바 자기초점주의(self-focused attention) 경향이 높다”면서 “이것이 자신에게 더 비판적이고 우울한 감정을 일으키는 ‘거울 효과(mirror effect)’를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거울효과는 1989년 미국정신의학협회(APA) 저널에 발표된 연구를 통해 확인된 인지심리 현상이다. 거울이 있는 방과 없는 방에 남녀 실험자들을 두고 관찰해보니, 거울이 있는 방에서 남성보다 여성들이 더 남들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에 신경을 썼고, 이것이 계속 마음을 불안하게 하거나 심지어 우울하게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줌 회의는 기본 설정에서 사용자 자신을 포함해 회의 참가자의 모습이 모두 화면에 나오게 되어 있다. 연구진은 “화상회의 카메라가 비춘 화면 속 내 모습이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한 것”이라며 “화면에 나오는 내 모습에 자꾸 신경이 쓰여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느끼면 그 기능(self-view)을 아예 꺼버리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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