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아몬드는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이다. 빛을 받으면 유달리 반짝이기도 한다. 이는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상징하면서, 다이아몬드가 연인들 사이에 ‘영원한 사랑’의 증표로 쓰이게 했다. 하지만 그 이면엔 불편하고 어두운 부분이 숨어 있다. 다이아몬드 광산의 열악한 노동 환경, 무분별한 광산 개발과 탄소 배출에 따른 환경 파괴 등의 문제다. 아프리카 분쟁 지역에선 어린이와 청소년의 강제 노역으로 생산된 다이아몬드가 무기 구입에 쓰이면서 ‘피의 다이아몬드’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인공 다이아몬드로 만든 판도라의 ‘브릴리언스 컬렉션’ 다이아몬드 반지. /판도라

전 세계적인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열풍이 다이아몬드의 이런 ‘어두운 면’을 부각시켰다. 세계 최대 보석 브랜드인 판도라(Pandora)가 앞으로 출시하는 모든 다이아몬드 제품에 채굴한 천연 다이아몬드 대신, 실험실에서 합성한 인공 다이아몬드(lab-grown diamonds)를 쓰겠다고 이달 초 발표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밀레니얼(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했다”는 이유다.

인공 다이아몬드는 진공 용기 안에 메탄가스를 넣고 약 일주일간 고온·고압을 가해 만든다. 이 과정에서 메탄가스에서 떨어져나온 탄소 원자가 서로 뭉치면서 서서히 다이아몬드 결정으로 자라난다. 천연 다이아몬드와 화학적 구성, 결정 구조, 물리적 성질이 같아 일반적인 감별 기법으로는 구별이 불가능하다. 판도라가 내놓은 첫 번째 인공 다이아몬드 제품은 영국에서 출시된 ‘브릴리언스 컬렉션’이다. 다이아몬드 반지의 가격은 무게에 따라 250~1290파운드(약 39만7400원~205만원)로 기존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훨씬 저렴하다. 내년엔 전 세계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판도라 측은 “인공 다이아몬드 제조에 친환경 에너지를 사용했다”고도 강조했다. 보석업계는 인공 다이아몬드 수요가 지속적으로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다이아몬드 채굴 과정의 윤리성 문제가 없고, 무엇보다 같은 품질에 값이 저렴하다. 알렉산더 라칙 판도라 CEO(최고경영자)는 “천연 다이아몬드를 채굴하는 비용의 3분의 1 수준으로 다이아몬드를 생산해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며 “‘보석 민주화'를 실현하는 흥미로운 방식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인공 다이아몬드 생산량은 2018년 200만 캐럿에서 지난해 600만 캐럿 이상으로 세 배 넘게 증가했다.

WeeklyBIZ MINT를 이메일로 보내드립니다.

Newsletter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77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