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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금고의 로봇 캐릭터 /새마을금고중앙회

생일을 맞은 새마을금고 직원의 컴퓨터 모니터에 낯선 이미지 하나가 떠오릅니다. 생일 케이크를 양손에 든 로봇 캐릭터 형상입니다. 이마 부분에 ‘RPA’란 글자가 적힌 이 캐릭터의 이름은 ‘MG망고봇’. 평소엔 개별 직원의 업무를 돕던 사무 보조 로봇이 특별한 날을 맞아 이벤트를 마련해 준 것입니다.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는 업무 중 반복적이고 단순한 부분을 소프트웨어 로봇이 처리하도록 자동화한 시스템을 뜻합니다. 새마을금고는 2021년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시작으로 RPA를 도입한 이래, 지난해 11월엔 전국 법인 1300여 곳으로 사용처를 확대했습니다. 현재는 전체 법인 중 96.2%가 RPA에 기반한 자동화 과제를 한 개 이상 활용합니다. 새마을금고 내 웬만한 직원은 개인 비서를 최소한 하나씩 거느린 셈입니다.

업무 자동화를 거론하면 해킹 등 시스템 보안을 염려하는 이도 적지 않습니다만, 새마을금고는 ‘세분화’로 이를 해결했습니다. 전체 직원 1만7000여 명이 각자 고유한 RPA 아이디(ID)를 만들고 본인 권한 바깥에 있는 정보나 업무는 아예 손을 댈 수 없도록 설계한 것입니다. 누군가 나쁜 마음을 품고 개별 직원의 ID를 훔치거나 뺏었다 한들 건드리거나 들여다볼 수 있는 영역은 굉장히 한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 금융권에선 RPA가 아주 낯선 기술까진 아닙니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만큼 적극 도입해 널리 쓰는 곳은 드문 편입니다. 새마을금고 지점 수(올해 10월 현재)는 총 3264개로 4대 시중은행(KB국민·하나·신한·우리은행) 지점을 모두 합친 2790개보다 많습니다. 새마을금고 전체 고객 2356만여 명 중 51세 이상이 과반(1361만여 명)이라, 고령자를 직접 돕는 오프라인 지점을 섣불리 닫을 수도 없습니다. 직원 수가 많다는 것은 곧 RPA의 덕을 볼 수 있는 사람 또한 많다는 의미가 됩니다. 그렇기에 새마을금고로선 다른 은행보다도 RPA 도입에 적극적일 수 있었던 것입니다. RPA 덕분에 새마을금고 직원들이 아낀 업무 시간은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총 121만시간에 달한다고 합니다.

책임 소재 문제나 시스템 에러 등을 우려해 돈이 직접 오가는 분야엔 RPA 도입을 주저하는 분위기도 있었지만, 새마을금고를 비롯한 금융권 전반에선 요즘 RPA를 고도화하며 자금 거래를 수반하는 분야로도 조금씩 적용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각 금고에서 매일 수행하던 금융결제원과의 환정산 업무를 RPA가 대신 처리해 주는 식입니다. 기존에는 자금관리부가 지시를 내릴 때까지 자리에 묶일 수밖에 없던 직원들이 대외 영업이나 고객 응대에 시간을 더 쓸 수 있게 되는 만큼, 은행으로선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 직원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에만 매진하는 모습. 어쩌면 가까운 미래의 은행에선 그리 낯선 광경이 아닐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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