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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친구, 도널드 트럼프. 당신의 역사적인 선거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미국 대선 다음 날인 지난해 11월 6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이런 글을 남기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깊게 포옹하거나 두 손을 꽉 잡았던 사진을 함께 올렸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두 정상의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의 각별한 유대와 우정)’를 상징했던 사진들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오른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한 행사에서 포옹하는 모습. 모디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이 사진을 올리고 "내 친구 도널드 트럼프의 역사적 승리를 진심으로 축한다"고 썼다./모디 X

다시 열리는 트럼프 시대를 앞두고 ‘절친’ 인도가 웃고 있다. 인도의 국제 관계 연구소인 옵서버리서치파운데이션 부회장이기도 한 하르시 판트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교수는 최근 WEEKLY BIZ와 인터뷰에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갖는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에 더해 트럼프와 모디의 돈독한 관계는 향후 미국과 무역 협상 등에서 인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두 정상의 남다른 친분

-모디와 트럼프는 얼마나 돈독한가.

“2014년부터 인도를 이끌어온 모디는 개인적으로 버락 오바마, 조 바이든, 트럼프 등 세 명의 미국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특히 모디와 트럼프의 관계는 각별했다. 적대적인 말을 쉽게 쏟아내는 트럼프지만, 모디 개인을 향해 반감을 담은 말을 한 적은 없었다.”

-두 정상이 좋은 관계를 유지한 비결은.

“개인적 차원의 친분이라기보다 국제정치 무대에서 인도의 중요성이 반영된 결과라 생각한다. 미국 입장에서 인도는 중국의 ‘굴기’를 견제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대해 인도와 미국 사이엔 의견 차가 있었다. 인도는 미국이 제재 대상으로 삼은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계속 수입해 왔다. 그럼에도 바이든 행정부는 인도를 적대시하지 않았다. 인도는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자신의 전략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계가 인도가 관세 폭탄을 피하는 데 도움을 줄까.

“도움이 될 수 있다. 인도 역시 (다른 나라처럼) 트럼프가 내놓을 관세 조치에 대비를 해야겠지만, 적어도 다른 나라에 비해 덜 가혹한 조치를 예상한다. 인도가 미국의 전략적 파트너로서 갖는 중요성을 감안하면 경제적인 영역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미국은 인도의 중요한 무역 파트너다. 국제 무역 통계 사이트 유엔 컴트레이드에 따르면 2023년 미국은 인도의 상품과 서비스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인도 전체 수출의 17.6%)였다. 트럼프가 인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투하한다면 인도의 연 6%대 경제 성장 전망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아직은 견제 대상 아닌 印 경쟁력

블룸버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모디 브로맨스 2.0이 시험에 들게 됐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와 ‘메이크 인 인디아(인도 제조업 육성 정책)’가 충돌할 수 있다”고 썼다. 하지만 판트 교수는 “인도의 제조업 규모와 수준은 미국을 위협할 수준은 아니다”고 했다.

-인도의 제조업 육성 정책이 트럼프의 공격 대상이 될까.

“‘매가’라는 구호 아래 미국의 제조업을 보호하려는 트럼프와 제조업을 육성해 인도 경제 성장의 동력으로 삼으려는 모디의 계획 사이에 갈등의 소지가 전혀 없진 않다. 특정 산업에선 미국과 인도가 경쟁 관계에 놓일 수 있다. 하지만 인도의 제조업 경쟁력은 아직 (미국과 비교해) 매우 낮다. 이제 겨우 국내에서 제조업 기반을 마련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중국의 제조업체들처럼 미국 기업을 위협하는 수준이 아니다. 그렇기에 트럼프가 인도 제조업을 상대로 가혹한 수준의 관세를 들이댈 이유가 없다고 본다.”

-트럼프의 반(反)이민 정책이 인도에 미칠 영향은.

“(인도의 IT 인재들이 많이 미국에 진출해 왔는데) 트럼프는 전문직 취업 비자(H-1B) 발급을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인도가 미국으로 보내는 이민자들은 학력 수준이 높고, 특정 분야의 전문가이면서, 부유한 사람들이다. 적어도 인도 출신 이민자들은 트럼프가 싫어하는 부류의 이민자는 아니다. 미국의 기업들도 인도 출신의 인재를 필요로 하고 있기에, 이들의 미국 진출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 예상한다. 트럼프가 멕시코와 미국 국경을 통과해 미국으로 향하는 ‘불법 이민자’를 타깃으로 삼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문제다.”

하르시 판트 킹스칼리지런던 교수/옵서버리서치파운데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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