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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핫한 요가 스튜디오 ‘스카이팅 요가’를 찾는 뉴요커들 사이에선 펑퍼짐한 패션이 대세다. 요즘 이 요가 스튜디오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들을 보면 회원들이 쫄쫄이 레깅스 대신 죄다 한국판 ‘몸뻬 바지’ 같은 펑퍼짐한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 운동하는 모습이다. 스카이팅 요가 창립자인 크리시 존스는 최근 뉴욕타임스(NYT)에 “사람들이 이젠 편안하고 여유 있는 스타일을 선호한다”며 “일부 회원들은 남성용 복서 팬츠나 파자마 스타일의 바지를 입은 채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한때 여성은 물론 남성들에게까지 유행하며 “민망하다”는 소리를 듣던 그 패션, 더 짧고 더 조이게 만들어지던 레깅스가 운동복 왕좌에서 서서히 내려오고 있다.
◇”레깅스만 입다 죽을 순 없어”
레깅스란 몸에 완전히 밀착되도록 입는 운동복 하의를 통칭한다. 1950년대 말 듀폰의 화학자 조셉 시버스가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섬유인 스판덱스를 만들면서 레깅스의 역사도 본격 시작된다. 이후 피부에 밀착되는 레깅스는 무용과 육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랑을 받다가, 에어로빅과 피트니스 문화가 꽃핀 1970~1980년대 전성시대를 맞이했다고 패션지 보그는 소개했다. 레깅스는 최근까지도 영국의 팝스타 빅토리아 베컴, 수퍼모델 지지 하디드 같은 유명 셀럽이 꾸준히 입으며 많은 이들의 ‘옷장 필수품’이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레깅스는 현재 약 3580억달러(약 514조원) 규모로 평가되는 애슬레저(athleisure·운동복 겸 일상복) 시장 전체 매출의 약 40%를 차지할 정도다.
그러나 최근 ‘핏플루언서(피트니스와 인플루언서의 합성어)’ 사이에선 레깅스가 지나치게 왕좌를 오래 차지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뉴욕의 셰프 겸 디자이너 라일러 고하르는 지난해 여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레이스 달린 롬퍼(상의와 바지가 붙은 옷)를 입은 사진을 올리고는 “레깅스만 입다가 죽는 건 싫어”라고 썼다. 개인 트레이너이자 피트니스 인플루언서인 커스티 갓소는 지난해 런던, 파리, 뉴욕과 같은 도시의 여성들이 빈티지 티셔츠와 함께 느슨한 운동복을 입는 모습을 보고, 최근 여성들은 이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승화시킨다고 했다. 갓소는 외신에서 “톰보이(tomboy·말괄량이) 스타일은 무심한 듯 세련됐고, 이제 그 스타일이 체육관에서도 자주 등장하는 게 좋다”고 했다.
◇상하의 모두? 한쪽만 헐렁이 ‘쿨~’
운동복 유행의 풍향계가 바뀌면서 패션업계에서도 ‘편안함’에 보다 방점을 찍은 옷들을 잇따라 출시하고 있다. 프리미엄 레깅스 등으로 유명한 의류 브랜드 룰루레몬도 느슨한 트렌드에 동참 중이다. 룰루레몬의 여성 하의 신상품 목록엔 ‘몸에서 떨어진 스타일(헐렁한 스타일)’이 상당 부분 차지한 상태다. 나이키도 복고풍 느낌의 바지 ‘윈드러너’를 출시했다. 몸에 딱 붙지 않고 편안함이 강조된 게 특징이다.
이 같은 트렌드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우크라이나 브랜드인 노바와 호주에 본사를 둔 P.E네이션 등과 같은 브랜드도 넉넉한 운동복 추세에 동참했다. Z세대(1995년~2010년대 초반 출생)가 즐겨 보는 틱톡에선 오래된 레깅스 유행에 싫증을 내는 목소리가 나온다. 유명 틱토커 한나 브라운은 “최근 핫한 여성들은 꾸민 듯 꾸미지 않은 스타일을 연출하고 싶을 때 레깅스를 입지 않는다”면서 “통이 큰 요가 팬츠에 클로그(clog·앞뒤에 높은 굽을 가진 신발) 부츠를 신고, 그 위에 크루넥(라운드) 스웨터를 함께 입는다”고 했다.
그렇다고 무작정 상하의 모두 펑퍼짐한 운동복 스타일만 걸치다간 동네 ‘백수룩’이 되기 십상이다. 헐렁한 바지엔 꽉 끼는 재킷을, 몸에 붙는 바지를 입었다면 다소 품이 큰 조끼를 입는 껴입는 ‘조화로운 헐렁함’이 패션 센스라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NYT는 “몸에 딱 붙는 의상과 느슨한 의상이 조화를 이룬 스타일은 K팝 스타들의 안무 연습 의상과 비슷한 느낌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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