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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의 최상위급 호텔로 통하는 아만 도쿄와 불가리 호텔 도쿄는 일반실 숙박비가 20만엔(약 185만원)을 훌쩍 넘는다. 료칸(일본 전통 여관)인 호시노야 도쿄도 ‘료칸을 즐기려면 식사도 해야지’라고 마음먹으면 숙박비가 거의 20만엔이다. 말도 안 되는 금액이지만, 가격은 수요과 공급이 만나는 선에서 결정되니 뭐라 할 말은 없기도 하다.
아만은 아이유와 이종석 커플이 묵은 곳으로 우리에게 알려졌고, 불가리 또한 명품 보석 브랜드로 유명하다. 반면 호시노야는 좀 낯설다. 그래서 그럴까? 지난해 가을 4세대 경영인인 호시노 요시하루 대표가 우리나라에 찾아와 호시노 리조트 그룹의 성장 스토리를 열심히 설명하면서 인지도를 높였다.
코넬대 호텔경영대학원에서 공부한 요시하루는 경영학 이론을 현장에 접목하는 경영자로 유명하다. 스칸디나비아 항공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해 적자 기업을 단숨에 흑자로 살려낸 얀 칼슨의 ‘결정적 순간 15초’를 현장에 접목한 게 대표적이다. 결정적 순간은 ‘MOT(Moment of Truth)’라고 하는데, 투우사가 소의 급소를 찌르는 순간을 말한다. 절대로 실수해서는 안 되는 절체절명 상황이다. 이 용어가 경영학으로 건너오면서 서비스 품질 관리의 핵심 단어로 자리 잡았다. 15초는 1986년 스칸디나비아 항공 직원의 회당 평균 고객 접촉 시간이다. 당시 여행객 1000만명이 항공사 직원을 평균 다섯 명 접촉했다. 따라서 접촉이 총 5000만 번 있었는데, 이 순간 하나하나가 소중함을 강조했다.
마이클 포터의 ‘경쟁 전략’ 또한 그에게 큰 영감을 줬다. 경쟁 전략은 경쟁을 잘하자는 게 아니다. 경쟁을 하지 않도록 스스로 자리 잡아 독점적 지위를 누리자는 것이다. 그래서 호시노야는 오성급 호텔과 경쟁하지 않는다. 오성급 호텔이 되려면 수영장, 대연회장 등 고급 부대 시설이 있어야 한다. 호시노야는 호텔이 아닌 료칸을 지향했다. 남들과 달라, 자기만의 시장을 갖게 된 것이다.
우연히 발견한 프레드 크로포드의 저서 ‘소비자 코드를 제대로 읽어라’도 전략 체계를 짜는 데 도움이 됐다. 상품, 서비스, 경험 가치, 구매 용이성, 가격 등 다섯 요소가 중요한데, 모두 다 잘하려고 하면 망한다는 것이다. 한 가지는 시장을 지배할 정도로 탁월하게 하고, 또 한 가지는 다른 업체와 차별화하면서, 나머지 세 가지는 평균 정도 하면 된다는 게 핵심이다. 요시하루는 경험 가치를 탁월하게 만들었다. 그러려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다. 차별화 포인트로 구매 용이성을 선택했다. 객실 판매의 대부분은 아고다, 여행사 같은 외부 에이전시를 통해 이뤄졌다. 마진 축소 및 고객 통제 불가는 당연한 것이었다. 요시하루는 호시노 리조트 그룹의 여러 브랜드, 즉 호시노야, 카이, 오모, 리조날레 등을 자사 사이트에서 예약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직접 예약률은 65%로 치솟았고, 브랜드 인지도 또한 높아졌다.
우리는 이론과 실제가 다르다고 얘기한다. 그렇다고 이론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피터 드러커는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로 ‘고객 창조’를 들었다. 병원은 환자를 치료하려고, 군대는 나라를 지키려고 존재한다. 반면 기업이 그저 돈을 벌기 위해 존재한다면 뭔가 허전하지 않은가. 고객 창조는 니즈를 유효 수요로 바꾼다는 의미다. 새벽 배송이란 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욕구가 커지자 누군가 새벽 배송을 시작했다. 사람들이 기뻐하며 기꺼이 돈을 낸다면, 이것이 바로 고객 창조다.
프로이센을 유럽 최강 군사 대국으로 키운 프리드리히 2세에게 어느 부하가 ‘폐하처럼 탁월한 전술가가 되려면 무엇을 익혀야 합니까’라고 질문하자 “전쟁사를 열심히 공부하라”고 답한 것처럼, 경영을 잘하기 위해서도 경영 구루의 얘기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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