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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C레벨(최고 책임자급 임원) 중에서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같은 CEO가 항상 가장 큰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기업의 성장과 기술 발전에 따라 C레벨의 역할 세분화와 협업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최고재무책임자(CFO)나 최고운영책임자(COO)처럼 비교적 익숙한 이름 외에도 대략 40종의 C레벨 직책이 국내외 기업에 자리 잡았다.
최근 글로벌 기업엔 최고인공지능책임자(CAIO) 같은 직책이 늘어나고 있다. 인공지능(AI) 기술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이나 인사관리 전문가들 사이에선 “진정한 CXO(다양한 C레벨 직책) 시대가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WEEKLY BIZ는 글로벌 컨설팅 기업과 글로벌 헤드헌팅업체 전문가들과 함께 C레벨 생태계의 진화에 대해 분석해봤다.
◇C레벨 직책만 40여가지, 진화하는 CXO
C레벨의 정점에 있는 것으로 인식되는 탄생은 대략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 한국사무소의 신지현 본부장(조직 프랙티스 리더는 “오늘날 기업 경영의 상징으로 자리잡은 CEO라는 용어는 1917년쯤 탄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반면 C레벨이라는 용어와 다른 C레벨 직급이 등장한 건 20세기 후반의 일”이라고 했다. 기업 경영의 복잡성이 증가하고, 기술 발전의 속도도 빨라지면서 역할 분화는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글로벌 기업이 임명하는 C레벨의 일반적인 형태만 40여가지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기술 트렌드에 따라 이름이 바뀌기도 한다. 예를 들어 최고인사책임자(CHRO)가 최고재능책임자(CTO·Chief Talent Officer)나 최고문화책임자(CCO), 최고학습책임자(CLO) 등으로 변경되기도 한다. 최고기술책임자(CTO)라는 직책 명칭이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바뀌기도 하는데, 기업 서비스의 디지털 전환이 강조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최근엔 AI 관련 C레벨도 늘어나고 있다. AI를 도입해 기업의 효율성을 개선하고, 수익 창출과 동시에 윤리·보안 차원의 리스크까지 관리하는 CAIO를 임명하는 기업이 늘어난다. 신지현 본부장은 “링크드인에 따르면 CAIO라는 직책을 둔 기업의 수는 최근 5년간 세 배가량 늘었다”며 “미국 백악관 역시 연방 기관에 CAIO를 지정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최고미래책임자(CFO), 최고다양성책임자(CDO), 최고지속가능성책임자(CSO)를 비롯해 심지어 근로자들의 행복 증진을 위해 일하는 최고행복책임자(CHO)를 임명하는 기업도 있다.
특정 C레벨 직책이 경영 환경이나 기술 변천에 따라 증감을 반복하기도 한다. 맥킨지 자료에 따르면 2000년에는 포천500과 S&P500 지수 구성 기업 중 48%가 COO 직책을 두고 있었는데, 2018년 조사에선 이 비율이 역대 최저치인 32%까지 줄었다. 그런데 2022년엔 다시 40%로 회복됐다. 신지현 본부장은 “기업 경영 환경의 변화와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COO의 업무를 세분화하는 기업도 있다”며 “(다시 COO가 늘어난 것은) 일부 기업에서 COO의 역할을 운영 관리를 넘어 기술 중심의 성장, 직원 역량 강화 등으로 더 넓게 확장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업종별로 중요한 C레벨이 달라
업종별로 중요한 C레벨 직책이 다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 코리아의 김윤주 MD 파트너는 “유통·소비재 기업에선 최고고객경험책임자(CXO)나 최고마케팅책임자(CMO)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디지털 플랫폼 기업에선 기업이 제공하는 핵심 서비스를 ‘상품’으로 통칭해 부르기 때문에 최고상품책임자(CPO)가 중요한 직책”이라고 했다. 최근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란 용어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산업재·에너지 기업에선 ‘친환경’을 신경 쓰는 경영 기조에 발맞춰 CSO란 직책의 중요성이 커지기도 했다. 이지환 BCG 코리아 파트너는 “테크 기업에서도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에 이어 CAIO가 등장하는 등 동일 업종 내에서도 기능 분화가 이뤄지기도 한다”고 했다.
최근 아시아 금융업계에선 최고위험관리책임자(CRO)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헤드헌팅 기업 하이드릭앤드스트러글스 한국 지사의 김기욱 대표는 “지정학적 불안정성, 기후변화, 규제 강화 등 새로운 도전들이 금융사의 재무·운영 상의 중대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며 “기업들은 기존보다 더 포괄적인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갖춘 CRO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C레벨 ‘어벤저스’가 고수익 창출
일반적으론 기업의 정점에 있는 CEO가 다른 C레벨을 이끌고 가는 존재처럼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경영 리더십 전문가들은 C레벨이 하나의 팀으로 협력해야 좋은 경영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독불장군인 CEO가 있는 기업보다 C레벨이 훌륭한 톱팀(top team)을 이루는 기업이 더 탄탄한 경영 능력을 보여준다는 뜻이다. 김윤주 파트너는 “CEO의 권한이 세부 전문 영역에 따라 분권화된 것이 C레벨”이라며 “톱팀은 (상하 관계가 아니라) 하나의 팀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신지현 본부장은 “최고위급 임원들의 ‘팀’을 갖춘 기업은 집단적 전문성, 지속 가능한 성과, 조직 회복력 측면에서 이점을 갖는다”고 했다. C레벨이 똘똘 뭉친 팀이 있으면 CEO는 정말 중요한 의사 결정에만 집중할 수 있고, C레벨들이 각 분야를 나눠서 책임지면서 기업의 자원 배분이나 위험 관리도 개선된다. 위기 상황이 닥쳐왔을 때 기업이 빠르게 회복하는 것에도 도움이 된다. 김기욱 대표는 “실제로 CFO가 CEO와 긴밀하게 협력하며 ‘공동 운영자(Co-pilot)’ 역할을 하는 기업에서는 경영 관리가 강화되는 사례가 많다”며 “위기 상황에서 CFO가 재무 전문성을 바탕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고 현금 흐름을 관리하는 동안, CEO는 위기 대응 전략이 장기적 목표와 일치하도록 전략이 장기적 목표와 일치하도록 전략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했다.
뛰어난 리더십팀을 보유한 기업은 업계 평균을 상회하는 재무적 성과를 달성할 확률도 2배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지현 본부장은 “95% 투자자들은 재무적 성과 외에 기업의 리더십을 투자 대상 기업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한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며 “상위 25%의 리더십을 자랑하는 조직이 3.5배 더 높은 주주 수익을 창출한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하면 이러한 투자자들의 판단은 당연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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