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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7월 영국에선 웨일스 곳곳을 다니는 럭셔리 ‘기차 호텔’이 운행을 시작한다. 투숙객은 아르데코(Art Déco)풍의 고풍스러운 기차 안에서 애프터눈 티를 즐기며 여행을 시작한다. 고요한 계곡을 따라 트레킹을 하고, 라벤더밭에서 영국식 소풍을 즐기는 등 다양한 체험도 준비돼 있다. 호텔·리조트 체인 벨몬드가 운영하는 기차 호텔 ‘브리태닉 익스플로러’의 3박 4일짜리 스위트룸 가격은 3만600파운드(약 5800만원). 가장 싼 방도 6300파운드부터 시작이다.
2023년 개장 당시 미국 수퍼스타 비욘세의 공연으로 이름을 알린 두바이의 ‘아틀란티스 더 로얄’ 호텔의 럭셔리도 둘째가라면 서럽다. 왕실 저택을 본떠 두바이의 팜 주메이라 인공 섬에 건설된 이 호텔의 파노라믹 펜트하우스에 머물면 두바이의 전경과 아라비아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개인 집사 서비스까지 제공되는 이 펜트하우스를 이달 예약하면 1박 가격만 약 7300만원(세금 포함)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이 같은 럭셔리 호텔 붐이 일고 있다. 여행 수요가 되살아난 데다 색다른 경험을 해보려는 부자들이 늘면서다. 부동산 데이터 기업 코스타에 따르면, 전 세계 럭셔리 객실 수는 2023년 160만개에서 2030년 190만개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룻밤에 수백·수천 만원을 내야 하는 럭셔리 호텔을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싶지만, 이 정도 감당할 전 세계 부자는 갈수록 느는 추세다. UBS은행에 따르면, 전 세계의 백만장자 수는 2012년 2900만명에서 2022년 6000만명으로 늘었고, 2027년에는 8500만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럭셔리 호텔을 찾는 건 부유층뿐이 아니다. 자기만족을 위해 ‘큰맘 먹고’ 지갑을 여는 중산층과 젊은 층도 럭셔리 호텔의 주요 고객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컨설팅 기업 아서디리틀은 ‘고급 호텔 산업의 부상’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부유한 여행객뿐 아니라 생일·결혼 등을 기념하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중산층의 열망 때문에 (럭셔리 호텔의)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값비싼 명품과 같은 ‘과시형 소비’보다 값진 경험에 더 가치를 두는 ‘경험 소비(experiential consumption)’로 트렌드가 변하는 점도 럭셔리 호텔이 각광받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한다. 소비자들이 명품 가방·시계 같은 사치품을 살 돈으로 특별한 여행을 즐기는 데 더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맥킨지는 ‘세계 최고의 호텔이 고객에게 탁월한 경험을 제공하는 방법’이란 보고서에 “소비자들은 독특한 경험과 활기찬 분위기를 점점 더 중시하고 있고, 소비 데이터도 소비자들이 제품보다 경험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럭셔리 호텔의 약진은 호텔 업계의 산업 지형마저 바꿔 놓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간 가격대 호텔과 대조적으로 럭셔리 호텔은 붐이 일고 있다”며 “호텔 기업들은 숙박료를 물가 상승률보다 훨씬 높은 수준으로 올리는 중”이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호텔 업계도 경기 변화에 민감한 중산층보다는 꾸준히 수익을 내줄 부유층이 찾을 럭셔리 호텔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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