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의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은 세계를 움직인다. 트럼프의 말 한마디에 전쟁 양상이 바뀌고, 글로벌 증시가 롤러코스터를 탄다. 연이어 ‘트럼프 폭풍’을 일으키는 그의 심리를 읽어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스티브 테일러 영국 리즈베킷대 심리학 교수는 지난 14일 WEEKLY BIZ와 화상으로 만나 “트럼프는 ‘초단절형 인간’의 특징이 나타난다”며 “이런 성향의 리더들은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권력과 부에 대한 욕망이 강하다”고 했다. 초단절형 인간이란 남과 공감하지 못하고 공격적·우발적 성향을 지닌 이들을 분류하기 위해 테일러 교수가 만든 심리학 용어다. 테일러 교수는 영국심리학회 자아초월 분과 의장을 지내고, 최근 ‘불통, 독단, 야망’이란 저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테일러 교수를 통해 트럼프의 심리를 들여다봤다.

그래픽=김의균

◇심리① : 나르시시즘에 빠졌다

트럼프는 2013년 트위터(지금의 X)에 “미안, 패배자들과 혐오자들아. 내 IQ는 가장 높은 축에 속하고, 너희 모두는 이미 알고 있다”고 썼고, 2017년 공화당 연설에선 “나보다 (국가) 시스템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나만이 고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가 세상에 보여주는 말과 행동은 어떤 심리에서 비롯됐나.

“트럼프는 나르시시즘(자기애)이 강하다. 나르시시즘이 강한 사람은 끊임없이 세상의 관심과 주목을 받길 원하는 특징이 있다. 트럼프는 자신에게 주도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렇지 않으면 강한 분리감과 외로움을 느낀다. 본인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통령’이라 칭하고,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정치 구호를 외치는 것도 나르시시즘 성향이 높기 때문이라고 본다.”

-트럼프를 ‘초단절형 인간’으로 평가한 이유는.

“초단절형 인간은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데 전혀 거부감이 없고, 다른 사람을 감정이 없는 물건처럼 바라본다는 특징이 있다. 트럼프는 공감과 감정이 부족하다는 측면에서 이런 초단절형 인간의 특성이 나타난다. 그는 더 많은 권력과 부를 얻고 자신의 나르시시즘을 충족하기 위해 행동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트럼프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우리가 없으면 당신에게는 (전쟁을 끝낼) 아무런 카드가 없다. 당신은 감사해야 한다”며 쏘아붙였다.

◇심리② : 자기 망상증 성향이 있다

-트럼프는 자신을 비판한 언론사 기자들은 백악관 취재를 못 하게 하는 등 탄압했다. 이런 심리는.

“나르시시즘 성향이 있는 초단절형 인간에겐 자기 망상증(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을 사실이라고 굳게 믿는 증상)이 나타나곤 한다. 자신이 믿는 긍정적인 면과 배치되는 모든 정보를 ‘거짓’이라고 한다. 그에게는 자신에게 부정적인 뉴스가 곧 ‘가짜 뉴스’다. 그래서 항상 언론을 탄압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초단절형 인간은 언론이 자신을 비판하는 걸 참을 수 없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언론 비판을 막으려고 한다.”

-자기 망상증이 있을 때 또 다른 특징은.

“자신을 비판하는 사람을 즉시 ‘적’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마치 갑옷처럼 주변을 항상 ‘예스 맨(아첨꾼)’으로 채운다. 이들은 항상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한다. 절대 비판하거나 논쟁하지 않는다.”

◇심리③ : 용감하다

-초단절형 인간에 대한 사회적 평가는.

“평범한 사람들은 초단절형 인간을 바라보며 ‘와, 정말 겁이 없다’고 생각하곤 한다. 다른 사람과 감정이 연결되지 않는 특징을 보이니 두려움을 느끼지 않고 용감할 수 있다. 카리스마 있다고 보이는 측면도 있다. 이에 정치인은 다른 직업군에 비해 초단절형 인간이 압도적으로 많다. 종종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매우 성공적이다.”

-겁이 없고 저돌적인 리더는 조직에 긍정적이지 않은가.

“일반 회사라고 생각해보자. 이런 (저돌적인) 관리자가 있으면 직원들은 제시간에 철저히 출근하고 일도 열심히 할 것이다. 사람들을 긴장시키기 위해 변화를 주는 데에도 유리할 수는 있다. 하지만 겁 없이 일을 추진하는 초단절형 리더들이 꼭 어떤 일의 역량을 갖췄다는 뜻은 아니다. 자칫 비합리적이거나 이성에 근거하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심리④ : 충동적이다

-트럼프는 취임 직후, 과거 자신을 반대하거나 법적 위기에 몰아넣은 인사들에 대한 보복 조치도 했는데.

“초단절형 인간은 충동적이다. 그가 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 대해서 충동적으로 처벌하려는 욕구가 강하다. 이런 판단과 정책은 장기적인 전략에 따라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정책 효과도 크지 않다.”

-그린란드를 눈독 들이고, 캐나다에 51번째 주가 되라는 심리는.

“조화나 평화를 만드는 데 관심이 없는 것 같다. 합리적으로 손익을 계산하기보다는 충동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경향이 보인다.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고 하면서 생긴 양국 갈등은 불필요했다. 기후변화에 대해서도 믿기를 거부하고 (화석연료) 시추를 늘리자는 주장도 충동적 욕망이 바탕에 있다고 본다.”

◇심리⑤: 대중의 사랑을 갈망한다

-트럼프가 초단절형 리더라면 왜 대중에게 인기가 많은가.

“초단절형 리더들은 카리스마와 단호하고 신속하게 행동하는 능력이 있어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강한 사람을 존경하는데, 이런 정치 지도자가 우리를 더 나은 길로 이끌 것으로 믿게 된다. 초단절형 리더들도 인기를 갈망하기 때문에 대중의 사랑을 받기 위해 최선을 다하곤 한다.”

-극단적인 초단절형 리더를 막으려면.

“정치인들도 심리 검사를 받게 하면 어떨까. 교수를 비롯해 많은 직업은 심리 검증이 필수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권력을 휘두르는 정치인에게는 정작 이런 기준이 없다.”

☞초단절형 인간

남에게 공감하지 않고, 공격적·우발적인 성향을 지닌 이들을 분류하기 위해 스티브 테일러 리즈베킷대 교수가 만든 심리학 용어다. 이들은 타인과 감정적으로 단절돼 있고, 자신에게 주도권이 없는 상황에 처하면 강한 불안감을 느끼며 타인의 비판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경향이 있다. 정치인 중에 특히 많은데, 이런 특성을 가진 리더를 초단절형 리더라고 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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