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경기 파주시 무건리 훈련장에서 2025 FS/TIGER 일환으로 실시된 유무인 복합전투체계 활용 '한미연합 WMD(대량살상무기) 제거훈련'에서 다족형무인로봇이 시설을 정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연합뉴스

캐나다의 ‘오픈 로봇 윤리 연구소’는 2015년에 미국, 캐나다, 한국 등 총 54국 1000여 명의 시민을 대상으로 ‘자율 살상 무기’에 대한 설문을 했습니다. 당시 응답자의 71%가 “자율 살상 무기보다 원격 조종 무기가 차라리 낫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인공지능(AI)에 생사여탈권을 완전히 넘겨서는 안 된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란 뜻입니다. 이 조사 결과는 유엔 특정재래식무기금지협약(CCW) 회의에서 다뤄지기도 했습니다.

해당 조사를 이끈 AI·로봇 전문가 아정 문 캐나다 맥길대 교수는 “생명을 빼앗는 결정까지 자동화하면 인간의 존엄성이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며 “AI·로봇 공학자들의 목소리를 취합해 유엔 차원에서 AI 살상 무기에 대한 규제가 마련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문 교수를 비롯한 AI·로봇 전문가는 ‘AI 군단’이 꼭 인간에게 해(害)가 되는 일만 하는 건 아니라고 합니다. 지뢰 제거 작업에 군인 대신 AI 로봇이 투입될 수 있고, 대형 산불 등이 발생했을 때 AI 군인이 투입돼 인명을 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범죄자가 칼을 들면 누군가를 해치지만, 특급 요리사는 같은 도구로 멋진 요리를 만듭니다. 테러·범죄 단체가 AI 무기를 악용하는 우울한 미래가 아니라 늠름한 AI 군인이 재난 현장에 고립된 시민을 구했다는 훈훈한 뉴스가 더 많아지길 기원해봅니다.

홍준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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