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할 때 단골손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정원·전망대·박물관·미술관처럼 손님들이 추가 방문한다고 해도 투입해야 할 비용이 거의 증가하지 않는 곳이라면 단골 확보가 핵심 성공 요인이다. 이에 ‘연간 회원권 제도’를 도입한 도쿄의 몇몇 사례를 살펴보자.
오모테산도에 있는 네즈 미술관은 전시도 훌륭하지만, 실은 정원을 보러 가는 곳이다. 입장료는 1500엔(약 1만4800원), 연간 회원권(네즈클럽 회원)은 1만엔. 정원의 강점은 사계절의 변화에 있다. 봄과 가을의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연간 회원권 보유자는 동반인 한 명을 무료로 입장시킬 수 있다. 혼자라면 7번, 동반인과 함께라면 4번 방문하면 본전을 뽑는다. 게다가 온라인으로 사전에 티켓을 구매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해소된다. 큰 고민 없이 연회원으로 가입했다.
시부야에 있는 시부야 스카이는 전망을 보러 가는 곳이다. 입장료는 2200엔, 연간 패스포트는 7500엔. 당일 입장권은 늘 매진이다. 웹에서 날짜를 지정해 미리 구매해야 하는데, 입장객 적을 때 사진을 찍으려는 방문객들로 인해 첫 회 차(오전 10시) 입장은 빠르게 마감된다. 석양을 감상하려는 방문객들이 많은 늦은 오후도 마찬가지다. 연간 패스포트 보유자는 사전 예약 없이 언제든 입장할 수 있다. 그런데 막상 아무 때나 갈 수 있다고 생각하니 자주 가지 않게 된다. 시부야 스카이는 이런 심리를 간파한 듯 연간 패스포트 갱신 요금을 1000엔 할인해 6500엔으로 책정했다. ‘세 번은 가겠지’라는 마음에 잠깐 고민하고 재구매했다.
우에노에 있는 도쿄국립박물관은 일본의 국보를 보러 가는 곳이다. 입장료는 1000엔, 연간 입장권은 2500엔. 게다가 연간 입장권이 있으면 교토, 나라, 규슈에 있는 국립박물관도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이런 횡재가 있나 싶어 바로 구입했다. 그러나 숨겨진 조건이 있었다. 상설전은 무료지만, 기획전은 별도 요금이 부과된다. 게다가 연간 입장권이 있어도 기획전을 관람하려면 일반 입장객과 동일하게 줄을 서서 전액을 지불하고 표를 사야 한다. 앞으로 연간 회원권을 재구매할까? 잘 모르겠다. 박물관을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니 결국 다시 사긴 하겠지만, 딱히 매력적으로 느껴지진 않는다.
입장객이 차고도 넘친다면 굳이 연간 회원권을 발매할 필요가 없다. 도쿄 디즈니 파크가 그렇다. 과거에는 연간 패스포트가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대신 계절별, 입장 시간별로 다양한 요금을 책정했다. 어른 기준으로 비수기는 7900엔, 성수기는 1만900엔이다. 성수기 요금이 비수기보다 약 40% 비싸다. 입장 시간을 늦추면 조금 저렴한 금액에 즐길 수 있다. 비수기를 기준으로, 휴일 오후 3시 이후 입장료는 6500엔, 평일 오후 5시 이후 입장료는 4500엔. 각각 일일 입장권 대비 80%, 55% 수준이다.
오사카의 유니버설 스튜디오 재팬(USJ)은 아직 연간 회원권이 존재한다. 일일 입장권은 비수기 기준 8600엔, 연간 회원권은 2만1000엔. 지난 2월 평일에 방문했는데, 퇴장하는 곳에서도 연간 회원권을 판매하고 있어 깜짝 놀랐다. 심지어 당일 입장 요금을 제외한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1만2400엔을 더 내면 앞으로 364일 동안 아무 때나 올 수 있다는 생각에, 하마터면 구입할 뻔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이 회원권은 골든위크, 여름방학 등 성수기에는 입장이 불가능한 회원권이었다. 성수기에도 입장 가능한 연간 회원권은 약 5만엔이다.
우리나라에도 뮤지엄 산(2013년 개관), 군위 사유원(2021년 개관), 메덩골 정원(2025년 개관 예정) 등 방문할 만한 곳이 늘고 있다. 적절한 가격의 연간 회원권 제도를 도입하고, 약간의 서비스를 추가한다면 더 자주 찾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