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달 20일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有償增資) 계획을 발표했다. 국내 자본시장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한화에어로는 유상증자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국내외 생산 능력을 늘리고 해외의 방산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등 대규모 투자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발표로 다음 날 한화에어로 주가가 전날보다 13.02% 떨어졌고, 개인 투자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Q1. 유상증자란
유상증자는 기업(주식회사)이 새롭게 발행한 주식을 투자자들에게 돈을 받고 판매하면서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말한다. 유상증자의 종류로는 기존 주주에게 새로운 주식을 살 권리를 우선적으로 부여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 불특정 다수의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을 공개적으로 파는 ‘일반공모 유상증자’, 회사가 기존 주주가 아닌 외부 투자자 등 특정한 제3자를 골라 신주를 파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이 있다.
◇Q2. 유상증자를 하는 이유는
대규모 자금을 조달할 수 있어서다. 회사채 발행이나 대출로도 자금 확보는 할 수 있지만, 유상증자는 부채가 아닌 자본을 늘리는 방식이라 기업의 재무 구조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부채 비율이 낮아지면 신용등급이나 투자자 신뢰도 향상 등 부수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Q3. 주가엔 어떤 영향을 주나
일반적으로 악재라 여겨진다. 주식 수가 증가하면 기존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되면서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이전보다 줄어들기 때문이다. 신주는 보통 할인된 가격으로 발행되다 보니 전체 주식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심리도 발생할 수 있다. 또한 기업이 자금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상증자에 나섰다고 비춰지면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
◇Q4. 악재로만 작용하나
단기적으로 주가가 하락하더라도 유상증자의 목적이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 등 미래 성장 동력 확보라면 장기적으로 주가는 반등할 수 있다. 또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경우 신규 투자 유치로 해석돼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지난 2월 사모펀드(PEF) 글랜우드크레딧을 대상으로 144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화장품 유통업체 실리콘투는 다음 거래일 주가가 6.36% 오르기도 했다.
◇Q5. 한화에어로 주가는 왜 폭락했나
한화에어로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595만주를 발행할 계획이었는데, 이는 기존 주식의 13% 정도다. 기존 주주 입장에선 기존 주식 가치가 100이었다면 유상증자 이후 88 정도로 줄어드는 셈이다. 자금 조달 이유에 대한 설득력도 부족했다. 한화에어로는 지난달 회사 내부의 여유 자금 1조3000억원을 들여 자회사 한화오션의 지분 7.3%를 한화에너지 등 총수 일가가 지배한 계열사로부터 사들였다. 이렇게 여유 자금은 총수 일가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써놓고, 신규 투자금은 유상증자를 통해 개미들에게 손을 벌리느냐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은 한화에어로가 제출한 유상증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신고서를 통해 증자 전후 한화그룹이 계열사 지분 구조를 재편한 배경 등을 충분히 투자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