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의균

지난 2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 전화 서비스 스카이프(Skype)를 5월부터 종료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2003년 출시된 스카이프는 2005년 이베이를 거쳐 2011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인수됐다. 한때 사용자가 3억 명에 육박할 정도로 인기였지만 스마트폰, 소셜미디어의 확산으로 수요가 급감했다. 국제전화 요금이 비쌌던 시절 스카이프의 무료 서비스로 마음 편히 통화한 기억에 감사함을 지닌 사람이 많다. 소셜미디어에는 ‘스카이프, 편히 잠드소서(R.I.P. Skype)’ 같은 추모 글이 이어졌다.

경영 컨설턴트 데니스 욘(Yohn)은 브랜드가 마지막을 맞이했을 때 언론이 어떤 부고(訃告)를 내놓을지, 소식을 접한 고객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상상해 보라고 권유한다. 스카이프처럼 이별을 아쉬워할 수 있지만, 반대로 통쾌하게 여길 수도 있다. 어쩌면 사라진 사실조차 모르거나 금세 잊을지도 모른다. 브랜드 관리에선 수익 창출만큼 성장 궤적이 부끄럽거나 후회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고객의 신뢰를 받으며 정서적으로 교류한 브랜드는 생명이 꺼진 후에도 되살아나는 부활의 기회를 얻곤 한다. 지난해 포드는 1970년대 유럽 시장에서 인기를 누렸던 스포츠카 카프리(Capri)를 전기차로 재출시했다. 코카콜라의 레몬 맛 탄산음료 서지(Surge)의 부활 스토리도 흥미롭다. 2003년 펩시 유사 제품과의 경쟁에 밀려 생산이 중단된 서지를 그리워하는 청년 세 명은 수십만 명의 지지자를 모아 코카콜라에 서지를 되돌려달라고 호소하는 광고를 제작하는 등 대대적인 운동을 벌였다. 결국 서지는 2018년 정식으로 재출시됐는데, 단종된 제품을 되살린 것은 코카콜라에서 전례 없는 일이었다.

인간과 마찬가지로 브랜드도 전 생애에 걸쳐 존재 이유를 고민하며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도록 노력해야 한다.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면 가상의 부고를 작성하며 사망 원인을 예측하고 예방책을 준비할 수도 있다. 소비자의 마음속에 뚜렷하게 차별화된 모습으로 남고 잊지 못할 추억을 나눈 대상으로 기억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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