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의균

파괴적 혁신일까, 파괴 그 자체일까.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휘두르는 칼이 미국 관가를 뒤흔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1호 친구(first buddy)’로서 정부효율부(DOGE)의 수장이 된 머스크가 ‘효율’을 강조하며 연방 정부 곳곳을 찔러대자 이에 반발하는 소송이 빗발친다.

머스크는 정면 돌파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27일 폭스뉴스에 출연해 “만약 우리가 이 일을 하지 않으면, 미국 망할 것이다. 이 작업이 성공하지 않으면, 미국이라는 배는 침몰한다. 그래서 우리가 이 일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했다. 머스크는 지금 미국 정부의 어떤 점이 문제라고 여겼길래 이 같은 ‘파괴’를 감행한 것일까. WEEKLY BIZ가 머스크와 DOGE의 발자국을 추적해봤다.

◇연방 공무원 인력부터 확 줄이는 DOGE

DOGE의 1차 목표는 인력 감축이다. 비효율적이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곳이라면 정부 기관이든 준정부 기관이든 폐쇄시키고 해고를 단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미 국제개발처(USAID) 폐쇄였다. 1961년 설립된 후 미국의 국제 원조를 주관해 온 이 기관은 ‘외국에 돈을 퍼주는 조직’으로 찍히면서 하루아침에 청산 대상에 올랐다. 머스크는 X(옛 트위터)에 “USAID는 범죄 조직. 이제 죽어야 할 때”라고 썼고, 이후 진행된 대담에선 “USAID는 ‘벌레 먹은 사과’가 아닌 ‘벌레 뭉치’”라며 맹비난을 쏟아냈다. 트럼프도 “(USAID는) 일부 급진적인 미치광이들이 운영해 왔다. 우리는 그들을 쫓아낼 것”이라며 동조했다. 1만명에 달하는 직원은 즉각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여기까지는 예고편이었다. 지난 2월 11일, 트럼프가 연방 공무원의 인원 감축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DOGE는 ‘지연된 사직’이라는 이름의 희망퇴직을 받았다. 2월까지만 일하는 대신 급여는 9월까지 주겠다며 연방 공무원들의 퇴직을 종용했다. 약 240만명에 이르는 연방 공무원 중 3%에 해당하는 7만5000명이 이에 응했다.

DOGE의 인력 조정 칼부림은 지난달 17일 단행한 미국평화연구소(USIP)에 대한 침입 소동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났다. 이날 차량 세 대에 나눠 타고 온 DOGE 직원들은 USIP의 건물에 들이닥쳐 간판을 내리고 연구소를 폐쇄시켰다. 사흘 전 본부 직원 200~300명을 해고하겠다는 통보를 한 직후였다. 1984년 설립된 이후 전쟁으로 피해를 입은 국가를 찾아 평화 협상을 이끌고 재건을 돕는 일을 해왔던 기구가 한순간에 문을 닫았다. 이를 두고 어니 테데스키 예일대 예산연구소 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DOGE의 (궁극적) 목표는 철도·우편 서비스 같은 정부 서비스를 민영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부분 서방 국가들이 그렇게(민영화) 했듯이 분명 완전히 멍청한 생각은 아닌 듯하다”고 했다.

◇9개월 아기까지 대출해주는 방만함 탓에

머스크와 DOGE가 이렇게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건 지나치게 방만하게 운영됐던 연방 정부가 자초한 결과란 해석도 있다. DOGE는 지난해 기준 2조달러에 달하는 연방 정부 적자를 절반으로 줄이는 게 목표라고 얘기한다. 이를 위해 지출 다이어트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머스크는 특히 정부 내 낭비 사례가 만연하다는 주장이다. 이런 그의 인식은 그와 DOGE 팀이 폭스뉴스에서 공개한 사례들에서 잘 드러났다. 머스크는 “우리는 거의 매일 10억달러 이상의 낭비 사례를 발견하고 있는 중”이라며 “예를 들어 정부 기관이 시행하는 설문조사를 봤더니 (민간에서) 서베이몽키 같은 서비스를 이용하면 약 1만달러의 비용이 드는 것을 10억달러를 써서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국세청(IRS)은 신입 직원에게 노트북과 휴대폰을 제공하는데, 이 장비를 제공하는 일만 하는 직원이 1400명에 달한다고도 했다. 머스크는 공무원의 은퇴 서류가 여전히 수기(手記)로 작성되며, 1950년대부터 쌓인 은퇴 서류가 펜실베이니아주(州) 한 광산에 4억개 보관돼 있다는 사례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특히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사회보장시스템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120세 이상, 11세 이하에게 각 3억달러 이상씩의 중소기업청 대출이 나가는 사기 대출이 만연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9개월 된 아기가 대출을 받아간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머스크는 “만약 일반 회사가 연방 정부처럼 운영됐다면 즉시 파산하게 됐을 테고, 임원들은 체포됐을 것”이라고 했다.

◇터져 나오는 반발… 혁신 완료할 수 있을까

다만 이런 명분에도 머스크의 개혁 완수는 쉽지 않을 듯하다. 해고된 공무원·직원으로부터 제기된 소송만 벌써 최소 10건에 달하기 때문이다. 대통령 자문 기구에 불과한 DOGE가 정부 내부 정보에 접근하고, 특정 기관을 폐쇄하고, 직원을 해고하는 명령을 내릴 권한이 있는지에 대한 소송이다. 무엇보다 머스크의 임기가 곧 종료될 예정인 만큼 그의 개혁이 실질적인 성과를 보기 어렵다는 예상도 나온다. ‘특별 공무원’ 자격의 머스크는 1년에 130일까지만 정부에서 일할 수 있는데, 이 기간이 5월 말이나 6월 초에 만료되기 때문이다. 이때가 ‘머스크표 개혁’의 성패를 나누는 1차 판단 시점이 될 수 있다.

밥 호켓 코넬대 법학과 교수는 “머스크나 트럼프는 정부를 마치 주주가 지배하는 기업 같은 존재로 빠르게 바꿔 나가고 있다”며 “그러나 이들은 공공 부문의 핵심 역할이 주주 이익과 상관없이 필수적인 인적 자원을 제공하는 것이란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고 WSJ에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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