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음 소리 강도를 감지해 흔들기를 자동으로 조정해 아기를 달래는 신생아 전용 침대 '스누(SNOO)'. /스누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 박람회 ‘CES 2025’에서 글로벌 제조 업체 보쉬는 스마트 요람을 신제품으로 선보였다. 센서와 카메라를 통해 아기 심박수와 호흡수 등 생체 정보와 주변 환경을 감지하는 신생아 전용 스마트 침대다. 획득한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아이 얼굴에 담요가 덮여 호흡이 불편해지면 스마트 앱으로 부모에게 알리고, 울음이 감지되면 침대가 스스로 위아래로 부드럽게 흔들려 아이를 달래기도 한다. 이처럼 최신 기술로 무장한 유아용품이 속속 등장하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시장에서 ‘베이비 테크’가 성행하고 있다.

◇이젠 육아도 첨단 장비발

최근 미국의 소셜미디어 레딧(Reddit)에서 ‘신생아를 위해 꼭 필요한 육아용품을 추천해 달라’는 글이 올라오자 댓글이 수백 개씩 줄줄이 달렸다. 한 이용자는 댓글에서 “아기 숙면을 유도하는 백색소음기와 자동으로 분유를 타주는 자동 분유 제조기, 전동 콧물 흡입기 같은 건 요즘 기본으로 많이 쓴다”고 했다.

유아용품 회사 해피스트베이비가 판매하는 침대 ‘스누(SNOO)’는 초보 부모들이 욕심내는 ‘필수 아이템’ 중 하나다. 1700달러(약 250만원)짜리라 가격은 만만치 않지만 아기 울음소리가 얼마나 큰지에 따라 좌우 흔들림 강도가 달라져 요긴하게 쓰인다고 한다. 유아용품 회사 오울렛이 개발한 아기 울음소리가 감지되면 부모에게 아기 비디오를 자동 전송하는 모니터링 제품 등도 많은 추천을 받는다.

이뿐 아니다. 지난 CES에서는 여러 업체가 최신 기술이 접목된 유아용품을 내놨다. 유아용품 업체 이븐플로는 조명과 스피커가 탑재된 카시트와 유모차를 전시했다. 유아의 시청각적 빅데이터를 분석해 뒀다가 상황에 따라 아기가 좋아하는 빛과 소리를 내보내 이동 중 아기를 진정시키는 기술이 탑재됐다. 또한 헬스케어 업체 시리우센스는 아기의 생체 신호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센서가 부착된 유아용 밴드로 디지털 헬스 부문 혁신상을 받기도 했다. 글로벌 유아용품 시장 규모는 2020년 673억달러(약 98조원)에서 지난해 809억달러까지 커졌는데, 이 같은 성장의 배경엔 “부모들의 가처분 소득이 늘었다는 점과 함께 육아용품 기술 개발도 한몫하고 있다”(디멘션마켓리서치)는 분석이 나온다. 뉴욕타임스도 지난달 “아기를 위한 기술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고 전했다.

◇부모가 된 디지털 네이티브

이처럼 베이비 테크가 성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IT에 익숙하고 신기술을 빨리 받아들이는 얼리 어답터 ‘젊은 엄빠’가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첫아이를 낳은 미국 산모의 평균 연령은 1990년대 후반생들인 27.4세였다. 어릴 때부터 인터넷, 스마트폰을 접하며 최신 기술에 익숙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부모가 되면서 육아용품도 자연스레 IT가 접목된 제품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맞벌이 부부 증가도 영향을 미쳤다. 미국에서 3세 이하 자녀를 둔 엄마의 경제활동 참여율은 2010년 61%에서 2020년 66%로 증가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맞벌이 가정이 늘어 아이를 돌볼 시간이 부족한 가정이 많아졌기 때문에 육아를 조금이라도 더 쉽게 해주는 제품은 부모에게 ‘신의 선물’과도 같게 됐다”고 전했다.

또한 출생률이 떨어지면서 아이 한 명에게 들일 수 있는 비용이 더 커진 것도 첨단 기술이 접목된 보다 고가의 유아용품을 살 여력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2000년 2.1명이던 미국의 합계출산율은 2023년 1.6명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 반면, 1인당 가처분소득은 3만6450달러에서 5만871달러로 늘었다.

◇소셜미디어가 부추긴 ‘완벽한 부모’ 강박증

그러나 베이비 테크 제품들이 꼭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건 아니란 분석도 나온다. 최근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스마트 기기 발달로 24시간 아기의 상태를 상세히 확인하는 제품들이 늘면서 부모를 안심시켜 주기도 하지만, 결국 강박관념처럼 아이들을 확인하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 같은 경향은 소셜미디어가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타임지는 “소셜미디어는 젊은 부모들이 자신의 아기를 자랑할 만한 장소가 됐다”며 완벽한 부모처럼 보이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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