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에 이어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제2의 거래소인 대체 거래소가 최근 출범했다. 국내 주식 거래 시간이 하루 12시간으로 늘었다. 내년 하반기에는 미국 나스닥 증권거래소가 24시간 주식 거래를 추진한다고 한다. 거래 시간의 확장은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투자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좋아졌다. 거래 시간이 늘어난 것만이 아니다. 정보도 넘쳐난다. 한때는 투자 관련 정보가 귀했다. 휴대폰도 없던 시절, 종목 보고서 하나를 구하기 위해 많은 이가 큰 공을 들이곤 했다. 지금은 유튜브만 켜도 웬만한 투자 정보는 쉽게 접할 수 있다.
그렇다면 투자도 쉬워졌을까. 그렇지 않다. 오히려 더 어려워졌다. 선택지가 너무 많아져서다. 심리학에는 ‘선택의 역설’이란 개념이 있다. 선택지가 많아질수록 결정은 어려워지고, 때로는 선택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정보가 지나치게 많아지면 신중한 분석보다는 감에 의존한 ‘묻지 마 투자’로 이어지기 쉽다.
실제로 개인 투자자들의 성과는 시장 수익률을 밑돈다는 연구 결과들이 많다. 미국 데이비스 소재 캘리포니아대 데이비스 캠퍼스의 브래드 바버 교수와 버클리 캠퍼스의 테런스 오딘 교수가 미국 8만여 가구를 대상으로 공동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시장 수익률이 연평균 17.9%일 때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의 평균 수익률은 16.4%에 그쳤다.
특히 잦은 매매는 투자 성과를 더 악화시켰다. 연구팀은 투자자들을 주식 매매 회전율 기준으로 다섯 그룹으로 나눴다. 이 그룹 중 가장 활발히 거래한 상위 20%는,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바이 앤드 홀드’ 투자자(하위 20%)보다 연간 7%포인트 낮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흥미로운 점은 잦은 매매를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과도한 자신감이다. 시장을 예측할 수 있다고 믿고, 충분한 공부 없이 적극적으로 매매에 나선다. 과신(過信)은 인간이 본능적으로 빠지기 쉬운 함정이자, 개인 투자 실적을 저해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같은 연구에선 투자자들이 일부 종목에 과도하게 편중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일반적으로 분산 투자의 효과를 얻으려면 최소 15~20개 종목 이상으로 이루어진 균형 잡힌 포트폴리오 구성이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평균 네 종목만 보유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은 “투자자는 마치 평생 단 스무 번의 기회만 있는 것처럼 생각하고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중함을 강조한 말이다. 투자 환경은 앞으로도 더욱 좋아질 것이다. 거래는 더 편리해지고, 정보는 더욱 풍부해질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가 성공적인 투자를 보장하는 건 아니다. 이럴수록 투자자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해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하고, 사고파는 이유를 분명히 해야 한다. 버핏의 말처럼, 평생 단 스무 번의 기회만 있다고 생각해보자. 투자에서 중요한 건 속도보다 정확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