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의 시간이 왔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의 시가총액은 13일 현재 2339억달러로 작년 말 대비 15%가량 늘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이 가상 화폐 세상의 한 기술에서 월스트리트와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인정받는 기술로 성장하면서 이러한 양적 성장이 뒤따르고 있습니다.
◇다른 자산 가치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
스테이블코인은 다른 자산의 가치에 페그(연동)된 가상 화폐입니다. 보통 미국 달러에 1대1로 연동돼 있죠. 이 디지털 토큰의 시가총액만큼 발행사는 상응하는 자산을 보관하고 있어야 합니다. 보통 현금이나 (해당 국가 화폐로 가격이 표시된) 국채가 되겠지요. 가장 규모가 큰 스테이블코인은 테더가 발행하는 ‘USDT’이고, 그다음이 서클의 ‘USDC’입니다. 이 둘이 전체 스테이블코인 시가총액의 88%를 차지합니다. 둘 다 미국 달러와 페그된 스테이블코인입니다.
스테이블코인은 처음에는 전통적인 통화와 디지털 통화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기 위해 탄생했습니다. 변동성이 매우 큰 크립토 생태계에서 안정적으로 거래가 이뤄지기 위한 매개로서의 기능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국경을 넘나드는 결제와 무역 대금 지급 등에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국제 결제에서의 ‘유용함’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현재 국제 결제나 송금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많은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기존 방식대로 은행을 통해 돈을 보내면 최대 5영업일이 걸리지만,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하면 10초 안에 송금을 완료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단축되면 송금 중 환율이 바뀌면서 발생하는 각종 위험에도 대처할 수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 기업인 우리(파이어블록)는 최근 개인이 아닌 기관 차원에서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거래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글로벌 결제 기업 비자(VISA)에 따르면, 최근 12개월 동안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6조4000억달러 규모의 결제가 이뤄졌습니다.
◇스테이블코인 인기는 미 국채 수요 창출
최근 스테이블코인의 시총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해 신규 발행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서 더 많은 사람이 스테이블코인을 보유하거나, 사용하고 싶어 한다는 뜻이죠. 이렇게 되면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달러 현금이나 미국 국채 등으로 준비금을 더 채워 넣은 다음 그만큼 스테이블코인을 더 발행합니다.
실제 금융업 현장에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기관의 자금 운영 부서들은 결제, 유동성 관리, 자국 통화의 변동성에 대한 외환 헤지 등에 스테이블코인을 더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가상 화폐 거래소들도 유동성 확보, 차익 거래, 효율적인 결제를 위해 스테이블 코인을 더 많이 활용하고 있습니다.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은 미국의 자산에 대한 새로운 수요를 불러냈습니다.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하면 사람들이 쉽게 미국 달러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를 확보할 수 있는데, 이는 미국의 ‘나랏빚(국채)’에 대한 수요로 이어집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발행사들이 신규 발행한 스테이블코인의 가치만큼 달러 현금이나 미국 국채를 더 많이 보유해야 하기 때문이죠. 최근 5년간 테더와 같은 스테이블코인 발행사는 17번째로 큰 미국 국채 보유자로 부상했습니다. 이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 규모는 140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